두 방문객 오늘의 젊은 작가 22
김희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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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만 계속 읽어서인지 국내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당분간은 국내 소설만 읽을 생각이다. 도서관에서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만 잔뜩 빌렸는데, 내 머나먼 기억에는 요 시리즈가 거의 평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처럼 <두 방문객>도 읽자마자 단숨에 완독했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분량이 길지는 않은데, 막상 리뷰하려니 퍽 어렵게 느껴진다.


상운이 교통사고로 죽은 지도 벌써 3주기가 되었다. 그가 지은 양평 집에 와있던 어머니는, 한 커플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란다. 그들은 상운의 절친이었고, 그 가족들을 위로해 드릴 겸 며칠간 묵기로 한다. 알고 보니 남자애는 이 집을 설계하고 지어준 사람이었고, 아들은 그의 클라이언트였다나. 아무튼 이들의 위로와 헌신에 얼음장 같은 마음이 녹아내리던 어머니는 갑자기 흠칫한다. 그것은 여자애의 끼고 있던 반지가, 아들의 반지와 똑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아들의 죽음은 여러 가지로 의문이었다. 매년 독일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아이가 그날은 왜 강릉을 간 걸까? 완벽주의에다 모범생이었던 아들이 어째서 음주 운전을 했을까? 게다가 같이 사망한 조수석에 여성은 또 누구고? 아들은 분명 여자친구가 없었는데. 그러다 문득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던 아들의 말이 떠올랐다. 그 대상의 특징이 이상하게 방문한 여자애와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머니는 여자애가 상운과 만나다가 이제는 저 남자애와 사귀는, 그러니까 혹 삼각관계가 아니었나 싶은 의심이 든다. 그러면 더욱더 아들의 생일을 기념하러 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남자애는 상운이 숨겨둔 ‘무언가‘를 몰래 찾느라 죽을 맛이었다. 결국 여자친구에게 방문의 목적을 들켜, 진상을 밝히고 다시 수색에 나선다. 한편 상운의 어머니는, 그렇게 아들과 친했다면서 3년 만에야 찾아온 것도 그렇고, 이 친구의 애도가 좀 과하다 싶어 이래저래 찜찜한 상태다. 잘은 모르지만 여자애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남자애가 자기만큼 자신을 사랑하진 않는단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조만간 결혼할 거고. 점점 자신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려던 순간, 남자애가 하고 있는 목걸이에 걸린 반지를 보게 된다. 이로써 세 친구의 우정 반지였음을 깨닫고 한숨 놓는 어무이. 아, 진짜 흡인력이 미쳤다.


이어서 여자애의 대학시절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녀는 남자애한테 반해 고백하지만, 그는 누구와 연애할 마음이 없다면서 거절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집착과 설득으로 맺어진 연인 관계가 지금까지 왔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은 맹숭맹숭한 구석이 있었다. 몇 년 후 그는 자신의 첫 고객인 상운의 집을 지어주면서 아주 그냥 사랑에 눈을 떴고, 여자애는 어쩌다 이런 남자를 사랑하게 됐을까 하며 착잡해했다. 손발이 척척 맞는 두 남정네를 보면서, 그녀는 상운이 그냥 죽었으면 싶어 했다. 그 소망은 훗날 현실이 되었고, 그 후로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려온 그녀. 이로써 상운의 미스터리한 죽음에는 그녀의 뭔지 모를 개입이 있었다는 말일까. 그러면 남자친구가 상운의 집에서 찾고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마침내 상운의 어머니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듣는다. 아들은 본인의 ‘완벽함‘ 때문에 죽어야만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들을 죽음에 밀어 넣은 것은 자신이었다. 그와 똑같은 생각을 두 방문객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결정이 상운을 고립시키다 못해 벼랑 끝으로 밀어낸 게 아니었을까 하고. 이런 유의 결말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뭐냐면, ‘불편한 진실을 꼭 알아야겠는가‘ 하는 것이다. 상운의 어머니도 그랬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몰랐어야 했다고. 그러나 모른다는 건 경우에 따라서 ‘죄‘가 된다. 삶이 던져준 힌트들을 무심코 지나쳤단 걸 알고 나면 더더욱 말이다.


스포를 피해 가면서 쓰는 글은 역시 한계가 있다. 개인적으로 울림은 없었지만 겁나 재밌게 읽었으니 강추한다. 처음 보는 작가인데 이 분도 이야기꾼이시네. 검색해 보니까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의 저자인 장은진 작가의 동생이란다. 본명이 김은진 작가였구나. 자매가 이렇게 글을 잘 쓰다니, 세상에나. 아무튼 즐겁게 읽었고요, 다른 작품들도 매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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