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을유세계문학전집 7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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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책을 고르는 기준은 없지만 올해는 비교적 네임밸류가 있는 작품 위주로 노력 중이다. 그렇게 영 손이 가질 않았던 <파우스트>를 도전했고, 이것이 올해의 가장 잘한 일중 하나가 되기를 바랐으나 어림도 없었다. 보통 어렵고 난해한 작품을 만나면 내 독서력이나 수준을 탓하는 편인데, <파우스트>는 전적으로 작품 탓을 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아무튼 이번 리뷰는 망했으니 짧고 굵게 간다.


삶이 따분해진 척척박사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다. 악마는 하인이 되어 그의 생애 동안 향락을 제공할 것이고, 만사에 흥미 잃은 주인공은 절대 타락하지 않을 자신감으로 승낙한다. 혹여 악마의 접대가 흡족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기꺼이 파멸을 맞겠다며 악마에게 영혼의 권리를 넘긴다.


나님은 악마가 지상 최대의 똥꼬쇼 따위로 주인공의 흥을 돋워주나 했다. 허나 그런 기대와 달리 악마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일깨울 뿐이었다. 지성과 이성의 끝판왕인 파우스트한테 그딴 게 과연 먹혀들까? 아주 효과 만점이었다. 악마는 파우스트에게 에로스를 통한 쾌락을 선사하고, 사탄의 파티에도 초대하고, 섬과 궁궐로 데려가서 온갖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나마 1부는 어찌어찌해서 따라갔는데, 2부는 흐름을 놓쳐서 억지로 읽었다. 진짜 지루해서 혼났다.


내가 기대했던 건 사단에게 시험받는 욥이나 그리스도 같은 성경 속의 이야기였다. 헌데 <파우스트>는 그런 내용과 딴판에다 너무 방정맞고 산만하고 촐싹대는 분위기이다. 비록 무대를 위한 극본이라곤 해도 서사의 핵심은 두각 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느껴지질 않았더랬다. 아무튼 1막 2부부터는 영 이해도 안 가고 상황과 흐름 파악도 안되어 내내 스킵 하다가 3막에서 하차해버렸다. 그냥 해설의 도움이나 받는 게 낫겠더군. 해설에서는 악마가 주인공을 지상과 천상과 지옥을 다 데려갔다고 나오는데, 하도 장면이 확확 바뀌어서 어느 파트가 지옥이고 천상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뒤로 갈수록 파우스트와 악마는 쏙 들어가고 별별 인물들이 무대를 차지하여, 도무지 뭐가 뭔 내용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오.


못다 읽은 분량은 해설로 만족하고 싶었는데, 그 해설마저도 하차해버렸다. 서사보다는 각 대사에 들어간 힘과 의미를 강조하는 작품이라 해설 또한 갖가지 해석에만 맞춰져있어 재미가 읎다. 이번에도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한다. 완독도 안 하고서 이런 말 하기 민망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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