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
김호연 지음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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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신간을 보내주신 김호연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나의 글을 꾸준히 읽어준 분들은 아실 테지만 <파우스터>의 리뷰를 인연으로, 해마다 작품을 보내주고 계신다. 이제는 슬슬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아무튼 변치 않는 팬심과 리뷰와 홍보로 내 나름의 보답을 하고 있다. 전에는 블로그에 와주셔서 댓글도 주시고 소통도 해서 좋았는데, <불편한 편의점>이 대박 난 뒤로는 바빠지셨는지 넷상에서 볼 수가 없어졌다. 나는 예전부터 이 분이 크게 성공할 것을 예감했었는데, 막상 그렇게 되고 나자 괜스레 아쉽기도 하고 뭐 그렇다. 아무튼 김호연 작가님과는 꼭 소설이 아니어도 나님의 인간미와 겹치는 구석들이 있어서 더욱 응원하게 된다.


현시점에서 가장 마지막 소설인 <나의 돈키호테>의 집필이, <불편한 편의점>보다 먼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업 소설가로서의 생존과 연명을 위해, 또 ‘돈키호테‘를 모티브로 한 작품 구상을 위해 작가님은 스페인에서 몇 달간 체류한다. 신작의 소재와 영감을 위해 곳곳을 쏘다니며 스페인의 문화, 감성, 역사 등등을 익혀나가는 이야기들을 에세이로 묶어냈다. 따라서 일반 스페인 여행기처럼 보일 테지만, 여행보다는 소설가로서의 신앙고백에 초점이 더 맞춰져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의 모든 생각이 일상과 맞닿아있다는 점, 그래서 일과 삶을 분리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일상 속 작은 활동에도 글감으로 연결 짓기 바쁜 나날들이, 어쩐지 내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이래서 나는 글쓰기에 진심인, 나와 닮아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한국과 다르게 스페인은 습도가 없어 항상 쾌청한 날씨가 유지된다고 한다. 그 나라 사람들이 괜히 에너제틱하고 친절한 게 아님을 보고 어찌나 부럽던지. 근데 좀 의외였던 건, 스페인 사람들은 돈키호테나 세르반테스에 퍽 열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작가님이 현지인들과 돈키호테 얘기를 나누면 다들 하나같이 케케묵은 전래동화를 쫓느냐는 듯한 분위기였다. 한국으로 치면 <홍길동전>에 열광하는 외국인을 보는 기분인 걸까. 그래도 전 세계를 강타한 <돈키호테>와는 급이 다를 텐데, 자국민들한테는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거로군. 돈키호테의 팬으로서 많이 씁쓸하고만.


<나의 돈키호테>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전부 꿈 많은 돈키호테로 자라나서, 지독한 현실에 굴복한 산초가 되고 만다. 아니, 지금은 어릴 때부터 산초로 커가는, 낭만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적 압박으로 죽어라 공부만 해왔던 현세대 청년들이 구직은커녕 그냥 쉬고 있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보도된다. 물론 거기에는 일자리 부족과 부당한 기업문화 등등 여러 요인이 있을 테지만, 각자만의 목표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여 좌절해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작가로서 계속 고배를 들어야 했던 김호연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다. 수차례 포기하려다가도 글 쓰는 게 좋아서, 또 이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버텼더니 쨍하고 해 뜰 날이 돌아왔단다. 물론 이런 승리의 신화는 누구나에게 해당되고 적용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살아본들 달라지는 것 또한 없다는 사실도 명심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세상에 불만이 많은, 즉 하고 싶은 말들로 가득한 타입의 작가를 선호한다. 그래서 나는 세르반테스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이 <돈키호테> 외에는 거의 전무하지만, 나님은 무인도에 책 하나만 가져가라면 망설임 없이 <돈키호테>를 집어 들 것이다. 김호연 작가님이 돈키호테에게 보인 집착의 이유도 내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모든 것이 과열된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돈키호테와 산초가 적절히 섞인 하이브리드형 인간이다. 여기서 더 나빠질 수가 있을까,했던 사회 분위기는 날로 날로 갱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도 자신을 지탱할 무언가가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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