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도 1
장용민 지음 / 재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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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민 작가 도장 깨기도 이제 다 끝나간다. <마지막 사도>는 2009년에 출간된 <신의 달력>의 개정판이다. 2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전혀 구식으로 느껴지지 않을 세련된 작품이어서 놀랬다. 작가의 전 작품을 통틀어 가장 높은 난이도라서 재미와 별개로 푹 빠져읽는 건 무리였다. 이번 테마는 민감하기 그지없는 ‘종교‘인데다 음모론에 종말론을 곁들여, 아무리 팩션이라지만 몰매 맞기 딱 좋은 모양새였다. 심지어 성경만 건든 게 아니라 각국의 신앙과 문명을 믹스했으니 말 다 했다. 그러나 읽어보면 이것저것 뒤섞은 산채비빔밥이 아니라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20첩 반상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다만 종교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재미없을 거라 패스하는 게 낫겠다. 그나마 성경이라도 읽어봤다면 얼추 즐길 정도는 될 게다.


복잡다단한 서사를 어떻게 리뷰하면 좋을까. 요즘은 계속 이런 작품들만 걸리는 것 같다. 필라델피아에서 7년째 사립탐정을 하고 있는 하워드. 과거 역사 교수였던 그는, 딸아이의 납치 및 살해 사건 이후로 모든 게 풍비박산 나버렸다. 또한 자신의 절규를 끝까지 모르쇠 한 신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찾아와, 실어증 걸린 딸이 언급한 사람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정보는 겨우 사뮈엘 베케트란 이름뿐이었고, 하는 수없이 경찰 친구에게 목록을 뽑아다 일일이 방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딸아이의 납치범은 변호사들 보호 아래 지금도 멀쩡히 지냈는데, 그 배경에는 사탄 신봉 단체가 떡하니 버티고 있더랬다. 하워드가 어떻게 방해받을지 대강 짐작이 가는데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아니로다. 두둥탁.


마침내 수상한 사뮈엘을 발견한 주인공. 용의자의 주소를 찾아갔더니 이미 떠나고 없다는 건물주의 말만 돌아왔다. 근데 생판 모르는 사뮈엘이 하워드에게 남긴 내용 모를 편지가 있었다. 그렇게 하워드는 건물주한테 사뮈엘에 대한 얘기를 듣고, 계속해서 사뮈엘과 접촉했던 사람들을 한 명씩 찾아가게 된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사뮈엘의 기이한 점들이 드러나서, 그의 사회보장번호를 조회했더니 현재 나이가 133살이라고 한다. 헌데 관계자들은 사뮈엘의 모습이 삼십 대 초반의 젊은이라고 증언했다. 이제 하워드는 의뢰 때문이 아닌, 어떤 기묘한 힘에 이끌려 용의자를 찾고 있었다.


사뮈엘의 단서는 어느 과학 연구소로 이어지고, 한 경비원을 통해 50년 전 아인슈타인이 사뮈엘을 만난 일화를 듣게 된다. 사뮈엘이 여기 직원이었다는 말에 신상기록 열람을 신청했으나 거절되고,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아인슈타인의 편지 속에서 언급된 사뮈엘을 발견한다.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것은 자기가 아니라면서. 거참 몇 안 되는 단서마다 이만한 파급력을 보여주다니 미칠 노릇이었다. 근데 잠깐, 이대로 쓰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아 적당히 줄이겠다. 아인슈타인에 이어서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도,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 발명에도 전부 사뮈엘과의 접촉이 있었다. 이 용의자는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한 위인들을 만나 영감을 던져주고는 휙 사라졌다.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수백 년 전부터 찍먹하고 다닌 사뮈엘의 행적들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하워드의 돌 같은 마음을 조금씩 깨 가는 중이었다.


이쯤 되자 의뢰인이 수상해져서 캐봤더니, 그녀의 뒤엔 미국 교회를 대표하는 원로 목사가 있었다. 병 때문에 오늘내일하던 그 목사는 놀랍게도 신을 믿지 않았으며 오직 돈 때문에 성직자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또 듣자 하니 목사 앞에 나타난 사뮈엘이 이제라도 신을 찾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단다. 하여 자신처럼 신을 믿지 않게 된 하워드를 고른 뒤, 자신이 죽기 전 사뮈엘을 데려와달라는 게 찐 의뢰였단다. 자네 또한 신에게 질문할 것이 있지 않냐면서. 약점이 긁힌 하워드는 목사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갈 때까지 가보기로 결심한다.


사실 하워드 이전에 목사가 고용한 탐정 D가 있었다. 갑자기 연락이 끊어진 D의 발자취를 따라 프라하로 날아간 하워드는 D를 언급한 이유만으로 철창신세가 된다. 사탄 추종자들과 얽힌 D가 제물이 된 소녀를 살해한 영상이 찍혔던 것. 어찌어찌해서 풀려난 하워드는, 그 사탄의 집단이 고대 이집트 신화로부터 영국의 크로울리(프리메이슨)까지 이어져내려온 배경을 발견한다. 그리고 크로울리가 쓴 사탄의 율법서인 ‘리베르 레기스‘를 추종하던 자가 마야문명에 빠져, 그들의 신인 케찰코아틀의 숭배 사상을 미국으로 들여와 지금의 사탄 신봉 단체가 생겨났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종교와 역사가 혼합된 본론으로 넘어가는데, 머리 아프니까 일일이 이해하려 하지 마시고, 작가와 주인공이 제기하는 신의 부재와 종교의 부패성을 중점으로 접근하시길 바란다.


사뮈엘의 실마리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항해일지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일가족에게로, 롱기누스의 창을 찾아다닌 히틀러에게로 이어진다. 그들 모두가 사뮈엘을 만났었고, 장래에 누군가가 자신들을 찾아올 것에 대한 암시를 받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대체 사뮈엘은 수 세기를 걸쳐 하워드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을까. 일단 여기까지가 1권에 대한 내용이고, 2권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마침내 발견한 롱기누스의 창에 적혀있던 마야의 열 두문자를 분석한 결과, 글자 하나하나가 사뮈엘이 거쳐간 뉴턴, 콜럼버스 같은 문명을 책임졌던 인물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편 수감 중인 딸아이의 납치범이 면회 신청을 하여 찾아간 하워드는, 그에게서 사탄의 율법서인 리베르 레기스에 적힌 인류 종말 예언을 듣게 된다. 그 시일은 마야 달력인 촐킨에 의거하면 2012년 12월 21일, 즉 엿새 뒤에 벌어질 재앙이었다. 아무리 신을 믿지 않는 주인공이라도 이제는 흘려넘길만한 사태가 아님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마침내 리베르 레기스의 예언대로 6일간의 종말 징조가 차례차례 일어난다. 하워드 일행은 사뮈엘이 지금의 사태를 경고하려 메시지를 남긴 신이었다 믿는 반면에, 많은 종교단체들은 사뮈엘이 신이라는 사실을 거부하였다. 혹여 예수가 재림한다면 자신들의 설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므로. 그렇게 종교인들의 거짓된 믿음이 드러나고, 반대로 무신론자들의 의심병이 완쾌돼버리는 대역사가 펼쳐진다.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이쯤에서 마치기로 하겠다. 개인적으로 종말에 대한 장면이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재앙을 끌어다 쓰지 않아서 맘에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실망했을 건데, 다행히도 예측불허한 전개를 끝까지 유지해 줘서 역시나구나 싶었다. 그건 그렇고 민감한 종교 소재를 이토록 깊게 파고든 이유가 뭘까 했는데, 작가도 힘들었을 때 묵묵부답이었던 신의 존재를 추적하다가 이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정말 신앙의 여부를 떠나서 무조건 박수 쳐줄만하다. 꽤나 의미심장한 주제였지만 딱히 종교 얘기를 나누고 싶지는 않다. 그저 읽어보라는 말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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