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책 읽어드립니다
조지 오웰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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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짧은 책들만 읽고 있는데 그만큼 서평 쓸 차례가 자주 온다는 게 문제네. 다음부터는 벽돌책으로 가야겠다. 눈팅만 했었던 <동물농장>을 두 시간 만에 완독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구상할 생각을 다 했지. 풍자소설이라 그런지 <1984>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워낙 유명하니까 줄거리는 생략하겠다.


스탈린의 정치를 비판하고자 썼다곤 하나 그런 배경지식 없이 읽어도 쉽게 와닿는 것은, 인간의 정치와 사회가 오늘날까지도 전혀 달라짐이 없기 때문이다. 농장주와 가축이라는 설정부터가 현실에서의 서열과 계급사회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가축의 종류별로 성격을 다르게 잡은 것 또한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다. 설정에서 반 이상을 먹고 들어가다니, 보면 볼수록 오웰 쓰앵님은 뇌섹남의 아이콘이다.


농장주를 쫓아낸 가축들은 동물사회를 만들어 이제까지의 억압을 벗고 자유와 평등을 외친다. 그렇지만 하나의 사회를 갖추려면 질서와 규율이 있어야 했다. 하는 수없이 인간의 방식을 따라 지도자를 세우고 갖가지 법과 계명을 만든 동물들. 처음에나 좋았지, 갈수록 돼지들의 독재정치가 되면서 다들 피똥 싸기 시작한다. 그렇게 혁명의 결과는 또 다른 지옥을 선사했지만 우매한 동물들은 돼지들의 입발림을 찬양하며 맹신도가 된다.


공공의 적은 어느새 인간에서 배신한 동물에게로 옮겨져간다. 몇몇 동물들이 옛 습성을 잊지 못하고 몰래 법을 어기다 적발되었다. 이 배신자들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맹견들에게 물려 죽게 된다. 마침내 폭력이 개입되었음에도 세뇌당한 동물들은 슬퍼하긴커녕 더욱 충성할 뿐이었다. 유토피아를 이룩해가는 과정이라 믿으면서. 그러나 알게 모르게 이들의 절대적인 평등은 무너지고 있었다. 동등한 노동을 거부하는 이들과, 식량 배급에 편차가 생기는 등 예상 못 한 변수가 계속 나타났다. 이에 불만을 품거나 불안해하는 집단이 형성된다.


그래서 돼지들은 방황하는 어린 양들을 위한답시고 금령을 깨고서 인간들과 접촉하여 거래를 시도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음과 동시에 자신들의 적이 누구인가를 다시금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돼지들의 이 같은 행동은 농장이 아닌 본인의 지위를 위한 일이었고, 모두가 돼지들을 살찌우게 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선 셈이었다.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현대사회를 이다지도 적나라하게 풍자하다니. 이것은 기득권층의 교활함보다 민중의 어리석음을 경계로 기록한 작품이 아니던가.


한때 진보를 외쳤던 동물들은 자신이 보수가 되었다는 생각을 절대 못한다. 도리어 진보의 싹을 자르면서 스스로를 진보라 칭하고 있었다. 독재 정권도 위험하지만 분별력이 없는 직진이란 더더욱 위험하다. 실예로,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논리적이라 생각하나, 멀리서 보면 그만치 편협한 경우도 잘 없다. 극단적인 타입들은 둘 중 하나다. 돼지들처럼 군림하거나, 개나 양들처럼 광신도가 되거나. 정녕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고 생리일까. 진정 우리는 폭력과 방어, 기만과 선동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뾰족한 수도 없으니 조만간에 세상은 아주 그냥 폭삭 무너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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