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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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업이든지 먹고사는 일은 항상 스트레스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이면 내가 잘 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흔들리기도 한다. 그냥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받고 적당히 놀고 싶지만 그게 뭐 내 맘대로 되나. 여기저기에서 워라밸이 중요하다며 여가 활동을 강조하는데, 단순히 그 말에 속으면 안 된다. 개인 시간 이전에 근무시간을 무탈히 보내는 게 순서다. 그러면 대체 무슨 수로 일과를 잘 보낼 수 있을까? 나는 과거 김연아 선수의 멘탈에서 답을 찾았다. 훈련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김연아 선수는 그냥 하는 거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워라밸의 조건이다. 워낙 생각이 많은 한국인들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로 사서 고생들을 한다. 물론 그렇게 만든 국내 교육과 경쟁 시스템이 문제긴 한데 아무튼 건강한 멘탈을 갖고 싶으면 일과 감정을 잘 분리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멘탈 관리가 뭔지 모르겠으면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을 읽어보시라. 대충 사는 삶의 미학을 알게 되리라.


두 남녀가 한 남자에게 복수하려 한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주)달콤한 복수. 그곳 대표는 둘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복수를 돕는다. 이들의 꼬리를 밟은 타겟은 역으로 협박을 해오고, 어찌하다 죽어버려 일행은 멘붕이 된다. 한편 직원들과 계속 엮이는 경관 때문에 피가 마르는 복수회사 대표. 그는 언제까지 직원들에게 끌려다녀야 할까. 어디서부터 일이 틀어진 걸까.


딱히 요나손의 팬은 아니지만 그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게 된다. 이 분만큼 꾸준하게 웃음을 선사하는 작가도 없을뿐더러, 정신없이 사는 현대인들의 기분전환을 시켜줘서 고마운 것도 있다. 요나손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진짜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 절대 고수가 되는 거구나 싶다. <100세 노인>으로 인기몰이를 한 그는 계속해서 본인만의 글로벌 B급 병맛 장르를 갈고닦았다. 사실 그의 작품들이 재미는 있지만 전개가 워낙 노답이라서 계속 이런 식이면 손 떼야겠다 싶었는데, 웬일로 이번에는 제법 탄탄한 플롯을 보여줘서 당황스러웠다. 주연 한두 명에게 매력 몰빵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인물마다 꽤 신경을 썼고, 개연성을 첨가하여 병맛 전개임에도 흐름이 매끄럽다. 이제는 늦깎이 루키의 패기보다 베테랑의 노련미로 승부하는 게 느껴진다. 이번 작품은 다른 것보다 작가의 성장 면에서 박수받아 마땅하다. 팩트 하나 짚자면 그렇게나 빵빵 터진다는 그의 유머 코드가 한국에서는 피식 수준이라는...


요나손의 작품들은 꼭 모질이 캐릭터가 등장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그 모질이의 돌발행동이 모두를 들었다 놨다 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게 한다. 이 책에서는 케냐의 마사이족 남자가 아들을 찾겠다며 스웨덴으로 날라오는데, 그의 마사이족 방식에 스웨덴인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 이 좌충우돌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뒤로 갈수록 일행들의 문제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타겟에게서 유명 화가의 그림 두 점을 되찾아야 하는 문제로 골머리 썩고 있던 일행은, 예상치 못한 타겟의 죽음으로 서둘러 사업을 접고 스웨덴을 뜨기로 한다. 경관의 의심을 산 일행은 진실과 거짓을 잘 섞어가 심문을 통과하고 케냐로 가서 해피엔딩을 맞는다. 아이고, 리뷰가 작품의 급전개를 따라가는구나. 이런 병맛 소설을 진지하게 분석하는 건 재능 낭비 아니겠슈? 궁금하면 사다 읽으슈.


이번 신간도 킬링 타임용의 역할을 백 퍼센트 해내주셨다. 요나손의 창조물을 볼 때면 대충 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탈한 인생을 위해 일에는 너무 감정 쏟지 말고, 여가 생활에는 너무 에너지 쏟지 말기로 또 한 번 다짐한다. 번아웃, 슬럼프, 매너리즘, 권태기 등등 온갖 위기가 찾아들 때면 멘탈의 신 김연아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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