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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함
김태우.배상열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3월
평점 :
지금은 우리가 헬조선의 시대를 살고는 있지만 종종 국뽕에 취한 미국인처럼 애국심이 끓어오를 때가 있다. 신나게 한국을 질겅질겅 씹다가도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다거나, 한국 비보이 팀이 세계대회에서 1등을 했다거나, BTS가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렇게나 가슴이 웅장해지고 자부심이 벅차오르는 것이다. 좀처럼 보기가 어려운 이런 경험을 문학으로 만나볼 기회가 찾아왔으니 무려 제목부터가 <독도함>이다. 보기 드문 밀리터리 문학인 데다 잠수함 소재라고 하여 궁금함을 자아내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의 만족도를 안겨주었다. 일본의 도발로 시작된 한일 전쟁 시나리오인데 만약 이대로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앗 하는 사이에 한국은 전멸이다.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지금의 한중일 그리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생각해볼 때 어떤 시나리오라도 가벼이 여겨선 안된다.
그런 뜻으로 탄생한 이 작품을 요약하자면 극비리 가운데 진행되었던 프로젝트, 독도함이 마침내 완성된다. 이 신형 잠수함은 한국군이 패하고 한반도가 무너지는 지금, 일본군을 대항할 최후의 희망이다. 김태우 함장과 팀원들은 이 수퍼한 비밀병기로 일본과 배후에 있는 미국까지도 혼쭐 내버린다. 한국을 건들면 누구든 X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선포하며 전쟁은 끝이 난다.
시작부터 들이닥친 한국의 대 위기, 그리고 강력한 대항수단의 등장, 여기에 어벤저스 팀원들과 시한부 인생의 리더, 그리고 숨어있는 쥐새끼까지. 당장 영화화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플롯의 완성도가 대단하다. 또한 각 군사 기관이나 군의 프로세스나 시스템 등 전문적인 설명과 진행으로 설명하여 퀄리티 면에서도 우수하다. 전쟁을 다루는 작품인데 글이 딱딱하지도 않고, 어려운 용어나 표현이 나와도 이해하는 데에 문제없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진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두 저자가 얼마나 많은 조사를 하고 칼을 갈았을지 눈에 훤하다.
평화 헌법 제9조를 폐기하고 독도와 한국을 침공하는 일본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한국군. 여기에 미국이 일본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은 일본이 중국을 쳐서 아시아를 탈환하려는 빅 픽처가 숨어있다. 일본은 모든 외교채널을 닫아버렸고 대통령은 본때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하여 국가기밀인 독도함을 만들게 하고 김태우 함장에게 임무를 하달한다. 독도함은 스텔스 기능에 외부 소음도 적고 전자파도 없고 급속충전되는 배터리 등등 하여간 킹왕짱굳맨 하이퍼 스펙이란다. 하지만 이걸 타게 되면 자신의 이름은 국가에서 지워지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어야만 하기 때문. 이러나저러나 죽을 거면 싸우다 죽자며 독도함에 오르는 팀원들. 이제 그들은 조국에 대한 충성과 생존 본능 사이에서 수차례 황천길을 넘나들게 된다. 게다가 함장의 뇌종양으로 걸핏하면 정신을 잃어서 작전에 차질이 생긴다. 언제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끊임없이 연출하는 저자는 안팎으로 팀원과 독자에게 긴장감을 심어주고 있었다.
모든 스토리가 그러하듯이 사태는 최악의 상황을 밟는다. 독도함을 만든 유조선을 향해 일본 공군이 날아온다. 극비리 프로젝트의 정보가 새나갔다는 뜻이었다. 공군의 폭격으로 유조선은 폭파되고 독도함은 간신히 그곳을 탈출한다. 그리고 스텔스 기능으로 고요하게 다가가 어뢰로 적들을 섬멸하는 독도함. 기습 당한 일본 해군은 엄청난 패닉에 빠지게 된다. 일본에 넘어온 미군 7함대와 사령관은 예상 못 한 상황에 이를 바득바득 간다. 이번 공적으로 차기 대통령이 되어 백악관에 입성할 계획이었던 사령관은 과거 한국전쟁에서 실패한 맥아더 장군을 떠올린다. 맥아더의 실패 원인을 잘 알고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 사령관은 그제서야 땅을 치며 후회한다. 하다못해 독도함 만이라도 빼앗으려 함장에게 투항을 권장하지만,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독도함 팀원들은 제안을 가볍게 무시하고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 명량대첩의 이순신을 뛰어넘은 독도함은 해군의 후예다운 죽음을 맞는다.
아무리 독도함이 최강이라도 어뢰가 바닥나면 게임오버였다. 호되게 당했다지만 일본과 미국은 여전히 이길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면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역전시키고 전쟁을 멈추게 할까. 김태우 함장은 적들의 군중심리와 언론을 이용하여 분열을 일으키고 알아서 자멸하도록 작전을 세운다. 이 책은 함장의 리더십과 신념이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훌륭한 판단력을 가진 군인이 실존할지가 의문이다. 암튼 이처럼 주제나 목적이 분명한 작품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읽는데 부담이 적다. 다만 빅 스케일에 비해 생략된 장면이 많았고 그래서 진행을 서두르는 것처럼 비춰지는 게 아쉬웠다. 초반에 국정원과 부딪히던 대통령은 어느새 쏙 들어가 버렸고, 폭격 받아 두려워하는 자국민을 다루는 장면하나 없으며, 중국이나 북한의 입장도 일절 다루지 않는다. 스트레이트한 플롯은 입체적이지 못하다는 특징을 또 한번 느꼈다. 그러나 단점보다도 장점이 많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미국이 건방진 중국을 짓누르기 위해 일본을 이용한다는 발상은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실현 가능할 것이다. 이 작품으로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길 바래본다.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