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오더 메이즈 러너 시리즈
제임스 대시너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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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한다. 사실 스토리보다도 작가의 필력을 더 좋아한다는 말이 맞겠다. 이 책은 메이즈러너의 프리퀄 작품이다. 구매한 지는 되게 오래되었는데 이제서야 읽는다. 메이즈러너,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파인즈 같은 디스토피아 시리즈물이 예전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게 별로 없는듯하다. 아니면 내가 못 찾고 있는 건가. 여하튼 영화도 너무 잘 봤는데 프리퀄도 어서 영화화되었으면.


태양 플레어 현상으로 온 지구가 황폐해져가던 그 시절, 운 좋게 생존한 마크 일행들의 이야기이다.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모여사는 숲속에 헬기가 나타나 모두를 몰살하기 시작한다. 습격 받은 마을은 웬 바이러스가 싹 퍼져서 대부분 죽었다. 이곳을 떠나 적의 본거지를 향해 가던 중 똑같은 습격을 받은 다른 마을에서 유일하게 감염되지 않은 소녀를 만나 데려간다. 그러다 마크가 정찰 중일 때 여자 일행들이 납치되고, 적진에서 연합정부가 세계 인구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듣는다. 그리고 그들이 퍼뜨린 바이러스는 100% 전염되어 죽거나 광인이 된다. 붙잡힌 친구들을 위해 악어떼 속으로 돌진하는 마크의 구출작전은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리에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그냥 물 흐르듯 편안하게 읽어내려간다. 딱히 태클 걸만한 것도 없고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없어서 좋다. 일단 분명 속도감이 있는데 절대 과하지 않다. 작가들이 집필하다가 텐션이 오르면 진도가 미친 듯이 팍팍 나가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제임스 대시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며 구멍들을 전부 메운다. 이런 게 진정한 절제의 미학이라 하겠다. 그리고 메이즈러너 시리즈를 읽었을 때도 느꼈던 건데, 이 작가는 진짜 끊는 타이밍의 달인이다. 어떻게 하면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런 건 한국 드라마 작가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군요.


나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교차하는 플롯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정신이 사나운 것도 있지만, 잘 보던 채널을 갑자기 다른 데로 돌려서 흐름이 끊어지는 게 싫다. 이 책도 그런 플롯인데 전혀 불편함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이유는 과거로 넘어갈 때 현재 상황을 뚝 잘라먹는 게 아니라 일시정지를 한 다음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주인공이 잠들거나 정신을 잃은 경우에만 꿈으로 과거 사건들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꿈에서 깨면 자연스레 현재로 넘어오기 때문에 과거와의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다. 그냥 읽어보시면 이해되실 거다.


프리퀄 1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비상사태가 일어나게 된 경위보다, 병에 감염되어 서서히 변해가는 주인공의 상태변화이다. 인류애 넘치던 마크는 점점 자아를 잃고 흉포한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본인도 그것을 느끼고 초조해하며, 완전히 맛이 가기 전에 트리나를 구출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이 책의 핵심 포인트이다. 정신줄이 점점 끊어져가는 가운데 친구들을 지키려 필사적인 주인공의 위대한 희생정신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제 프리퀄 2편을 읽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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