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은네디 오코라포르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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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는 떨어졌지만 모집할 때부터 관심 가던 작품이었다. 작품 소개 글에서 애정 하는 할레드 호세이니 작가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작가가 미국 출신이지만 부모는 나이지리아 사람이다. 학생 때 운동부상으로 수술받은 후 글 쓰는 쪽으로 전향하여 다양한 글을 쓰며 지금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호세이니와 이력이 비슷하다 해서 글재주까지 닮은 건 아니었다. 일단 내가 싫어하는 글 스타일이 몇 개 있다. 첫째, 몽환적이거나 흐리멍덩한 분위기의 소설. 둘째, 고상한 문장으로 도배된 순문학. 셋째, 어려운 단어와 수식이 가득한 과학소설. 넷째, 상황이나 배경에 대한 설명 부족 및 장면 스킵이 많아 호흡이 뚝뚝 끊기는 글. 이 책은 네 번째에 해당한다. 예전에 ‘연금술사‘를 읽다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 포기했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이 책에 비하면 연금술사는 가독성이 좋은 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 탓은 아닌 거 같고 아무튼 고대 문자같이 연구가 필요한 문장이 많은 데다가, 생소한 배경/문화/전통/사상을 묘사하는 글이 영 불친절하다.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견디고 딱 절반 즈음에 덮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모래 늪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숨 막혀. 


아프리카에는 ‘아니 여신‘이 있었고 그 아래 백 피부의 누루족과, 흑 피부의 오케케족이 있었다. 누루족은 오케케족을 노예로 부려먹었고, 오케케족을 집단 강간하여 ‘에우‘를 만들었다. 에우는 폭력으로 태어난 아이를 말하며, 주인공 온예손우도 그 중 하나였다. 누루족의 아이라며 오케케족에게 미움을 받으면서도 두 모녀는 꿋꿋하게 살아왔다. 주인공이 할례를 받는 11살 때 몸에서 여러 변화가 생긴다. 몸이 투명해지기도 하고, 새로 변신하기도 하고, 환영을 보기도 하는 그녀 앞에 어느 날 에우 소년이 나타난다. 소년을 통해 오케케족 마법사의 제자가 된 주인공은 몇 년 뒤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생부인 누루족 남자를 복수하러 먼 길을 떠난다.


줄거리만 보면 무슨 모험 장르같이 보이지만 우리가 자주 보던 액션이나 판타지나 스릴감은 전혀 없는 작품이다. 배경이 배경인지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약간 쳐져 있고 건조한 편이랄까.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넘치는 주인공의 성격이 유독 튄다. 온예손우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말도 안 듣고 쉽게 욱하는 성격을 가진 것이 환경 탓인지 유전 탓인지 모르지만, 보는 내내 짜증을 유발해대서 맘에 안 들었다. 에우 소년이 그런 주인공을 보며 제발 멋대로 좀 굴지 말라는 말을 반복한다. 나도 이런 캐릭터를 책 속에서든 책 밖에서든 되게 싫어하는 타입이라 작품에 정을 못 붙이겠더라고. 하긴,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캐릭터가 세상에 어디 있으랴.


읽다 덮은 부분까지는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변화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큼직한 사건이나 갈등이랄 게 안 나온다. 오히려 스토리보단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내용이 듬성듬성 나온다. 부족의 전통이라며 할례를 받게 하는 문제와, 여자라서 안된다고 하는 남녀 차등 문제, 타부족과 혼인했다며 따돌림받는 문제 등등. 남녀 차등 문제는 주인공이 ‘여자니까‘라는 이유 따윈 집어치우라고 강력하게 나와주니 시원시원해서 좋았다만, 그 외에는 대부분 잠깐 짚고 넘어가듯 다루어서 작가가 이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게 맞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할 정도였다. 아무튼 스토리 자체가 강한 인상을 주지 않다 보니 그 외에 것들만 기억이 남는 책이다. 물론 뒤에는 안 읽었으니 이런 말하기엔 이를 수도 있겠다. 아,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과정이 반지의 제왕 스토리와 너무 비슷해서 설마 따라 한 건가 싶었다. 친구들과 산에 가서 반지를 처분하는 선택받은 호빗과, 동기들과 함께 예언자를 찾아 떠나며 생부를 처벌하러 가는 능력자 주인공...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튼 기대가 컸던 작품인데 이렇게까지 나랑 맞지 않을 줄이야. 갑자기 이 갈증을 달래줄 냉면이 너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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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콘느 2019-07-08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랑도 안맞아요.과대광고에 낚인 거 ㅠ

물감 2019-07-08 15:39   좋아요 0 | URL
우리는 낚였습니다... 요즘 이런 과대광고가 많아서 저는 신간을 읽지 않아요. 검증된 책 위주로 읽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