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브라더 (특별판)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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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지 오웰의 ‘1984‘를 오마주한 현대판 디스토피아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앞전에 1984를 급하게 읽었더랬지. 전체주의의 사회에서 인간에게 감시받는 1984와, 현대에서 사용하는 기계에게 감시받는 리틀 브라더. 두 작품은 분위기부터 소재까지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자유가 억압받는 세상과, 진실이 외면받는 과정을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본 작품은 오늘날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있고 얼마나 쉽게 공격받을 수 있는지 알게 해주는데, 실제로 이런 세상이 온다면 전혀 살맛 나지 않을 것 같다. 1984를 읽으면서 북한에 안 태어나 감사감사 했는데 민주국가도 얼마든지 X될 수 있다고 말하는 떨떠름한 작품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대교 하나가 테러범에 의해 폭파되고 큰 인명피해를 입게 된다. 그 주변에서 놀던 마커스 일행은 의문에 집단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리고 국토 안보부 수사관들에게 억류되어 별별 심문과 고문을 받고 풀려난 친구들. 그러나 친구 하나가 끝내 풀려나지 못했고, 이어서 테러리스트를 적발해낸다는 명목하에 시민들은 국토 안보부에게 모든 동선과 일정을 감시받는다. 열 뻗친 마커스는 자신의 천재적인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국가에 복수를 결심한다. 접속기록이 남지 않는 가상의 웹망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온/오프라인에서 교묘하게 반대 운동을 추진하는 마커스. 익명의 선동가인 그는 어느새 미국을 대표하는 범죄자가 되어있었고, 잡히면 평생을 감방 VVIP 고객으로 극진히 대접받게 생겼다. 자, 이제 미스터 해커씨는 이 국가 사태를 어떻게 회복하고, 자신의 누명을 어떻게 벗길 것이며, 붙잡힌 친구를 어떻게 구해낼 것인지요?


책 제목에서 1984의 빅 브라더와 연관이 있을 거 란 생각은 했지만 두 작품의 분위기가 워낙 달라서 감이 오지 않았는데 곧 자연스레 알게 됐다. 빅 브라더가 텔레스크린과 도청장치로 사람들을 감시했다면 현대에서는 카드 사용과 휴대폰, pc 사용, 인터넷 등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기들이 사람들을 감시한다. 내가 어딜 가서 뭘 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전부 기록이 남는 현대사회는 첨단 감시망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집 앞에 슈퍼를 놔두고 옆 동네 슈퍼에 간 걸로 테러범 의심을 받는다 생각해보라. 그리고 테러범이 아님을 증명해보란 말을 듣는다면 어떨 것 같은가? 이게 나라냐 싶겠지. 자유 국가에서 내가 슈퍼를 가든 문방구를 가든 왜 감시를 받고 설명을 해야 함? 진짜 갈수록 온갖 것에 터치를 받는 게 완전히 빅 브라더와 판박이네. 이럼에도 작가는 말하길, 이 책은 경고를 주기 위함이 아닌 컴퓨터가 어떻게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지 묻는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주인공은 독자에게 프로그래밍을 배워보라고 권한다. 입력하고 지시한 대로 실행되는 놀라운 세상을 보게 될 것이며, 컴퓨터로 사람도 통제하고 온갖 작업들도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는데 글쎄 난 이미 틀렸음. 그러니 자라나는 초딩들아, 공부 열심히 하렴...


초반 전개가 지나치게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넘어간다. 사실 처음에는 천재 해커 학생이 정부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놀고 나 잡아봐라,하는 식의 전개를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주인공이 정부에 대항하려고 플랜 ABC를 만들어내면 그로 인해 대중들이 피해를 입었고, 자책감을 느낀 주인공은 심신이 점점 약해졌다.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을 못해서,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과 친구들이 경찰에게 당하고 끌려가는 걸 보면서도 반대 운동을 멈추지 않았던 마커스, 너도 참 징하다.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고, 성공적인 결과로 만드는 건 더 쉽지 않았다. 결국 끝에 가서 다시 붙잡혔을 때, 졌지만 잘 싸웠다고 해줄까 하다가 너무 드라마틱하게 종결되어 그 말이 쏙 들어갔다. 결국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이었단 말인가. 


국토 안보부의 빅 브라더가 헌법을 유린하고 정계로 나아가려는 음모가 드러나면서 작품의 진짜 메시지가 빛을 발한다. 헌법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는 안보부의 이념은, 인권을 막으면서 자유를 보호하겠다는 개똥같은 논리였다. 아니, 그러면 화장실에 설치한 몰카도 범죄가 아니겠네? 그러나 그런 개똥같은 말들도 경찰들을 동원해 무력으로 행사하면 시민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반항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텐데 그걸 누가 감당해내겠음? 게다가 미국정부기관이 오판했다고 누가 의심하겠음? 그런데 작품에서는 얼마든지 자유국가도 시뻘건 독재 권력질로 폭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솔직히 탁상공론은 너네 미국보다 우리 한국이 한 수위임. 꺄불지마라우. 아무튼 이외에 IT 기술들도 다양하게 설명해주지만 나는 ‘컴알못‘이라 그냥 그런 게 있나 보다 하며 읽었다. 작가 딴에는 쉽게 설명한다고 한 건데 온전히 이해 못해서 미안했다. 근데 아직도 컴퓨터가 인간을 어떻게 자유롭게 해준다는 건지 모르겠다. 나중에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작품 하나 써주세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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