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등단 10년을 기념하며 2015년도에 나온 작품이지만 국내에는 최근에 나온 신간 도서이다. 제목만 보고서는 내용도 장르도 감이 안 잡힌다. 이 작가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한 권밖에 안 읽었는데 어찌나 실망했었는지, 이 작가를 계속 봐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다행인 건지 이번엔 중박이었다. 다만 장담하건대 10년 기념 어쩌고 하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정도의 작품은 절대 아니다. 작가는 실컷 울고 웃다가 결말에 모든 재미를 뒤엎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 의도대로 각종 엔터테인먼트가 가득한 작품이긴 한데 별 여운도 남지 않고, 웃음과 감동 포인트도 찾지 못했다는 거. 소설은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문학 입문용으로 권해줄 정도는 된다. 그러나 문학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겐 수준이 너무 낮지 않나 싶다.


라디오 DJ인 주인공은 못생긴 데다 아웃사이더이다. 단골 바에서 첫사랑을 닮은 여자가 나타나 술집 직원을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호감을 표시해온다. 그녀의 환상을 지켜주려고 술집 사람들끼리 연극을 하다가 들통나서 여성팬은 뚜껑이 열린다. 열받은 그녀는 자신을 속인 술집 사람들에게 자신을 도우라며 협박한다. 자살한 아버지의 회사를 무너뜨린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 그녀. 모태솔로인 주인공은 여성팬을 어이없어 하면서도 홀딱 반해서 적극 돕기로 한다. 그러나 계획은 번번이 실패하고 여성팬은 그 원수에게 납치되고 만다. 주인공 일행들은 그녀를 무사히 구해내고 해피엔딩을 얻을 수 있을까.


일명 ‘찐따‘인 남주가 활발한 여주에게 휘둘리고 여기저기 사건에 얽히는 것.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스토리 아닌가? 그래서 이 책도 그런 애니메이션 같은 이미지가 그려졌다. 일본 애니의 남주를 볼 때마다 아무리 애니라지만 너무 현실성이 없는 거 아닌가 싶은데, 소설에도 그런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걸 보면 일본에는 진짜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나 보다. 이 책도 어리바리한 남주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녀의 요구대로 다 받아준다. 영상으로 볼 땐 그런 캐릭터도 그저 귀엽게 보였는데, 책으로 읽으려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닌가! 이런 작품을 읽고 있자면 라이트 노벨과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 10주년이든 50주년이든 라이트 한 일본 문학은 내게 큰 차이가 없다. 나는 영화가 소설/원작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보는 1인인데, 애니메이션만큼은 원작을 이길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도 애니화 되었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소설‘이란 무엇일까. 일상에서 절대 불가능한 사건이나 판타지? 현실성 제로와 허구성 100%의 짬뽕 드라마? 네이버 사전에는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이라고 명시되어있다. 그 말대로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중요한데, 그 상상력이 잘 먹힐수록 ‘이런 게 소설이지‘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런 말이 나오지 않더라. 평소에 영미소설 위주로만 읽어선지 일본 소설은 큰 재미를 못 느끼는 편인데, 나에게도 가끔은 가볍지만 호쾌하게 느껴지는 책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오베라는 남자‘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같은 책들. 그러면 호쾌한 소설과 라이트 한 소설을 나누는 기준이 뭘까. 나는 그것을 ‘휴머니즘‘으로 꼽는다. 스토리가 빈약해도 휴머니즘이 깃든 소설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 ‘투명 카멜레온‘도 갈피를 못 잡고 산으로 가는 듯한 흐름과, 한 여자한테 모두가 휘둘리는 억지 설정 등등, 마이너스 요소가 많지만 이 휴머니즘 때문에 대중들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작가의 명성에 비하면 이 책은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다. 삼 세 판이니까 한 권만 더 읽어보자. 그것마저 실망하면 이별하는거지 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