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지음 / 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감성을 가진 이석원 씨. 가수보다는 작가로써 유명해진 이석원 씨. 벌써 네 권의 책을 출간한 이석원 씨. 안 그래도 요즘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는데 마침 당신의 책이 눈에 들어와 반가움에 집어 들었습니다. 표지 디자인은 성의 없어 보이지만 알맹이가 중요하니까 괜찮아요. 보통의 존재 이후로 수년이 지났는데 그대의 유리 감성은 여전하시더군요. 그간 많은 일도 있었던 것 같구요. 제가 그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거에요. 그대의 글과 감성이 제가 평소에 쓰는 일기랑 너무 비슷하고 닮아있거든요. 제 일기장을 남들한테 보여줘서 당신과 제 글이 닮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을 정도에요. 남들이 들으면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저는 제 감성이 담긴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좋아해요. 주기적으로 지난 제 일기들을 정주행하거든요. 그만큼 저는 당신의 글도 좋아합니다.


요즘 출판사들은 일기장에 끄적인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는 게 유행인 가봐요. 비슷한 류의 책들이 매주마다 쏟아져 나오던데요. 저도 욕심은 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네요. 개인적인 글이 더 많으니까요. 일기같이 개인적인 글을 책으로 낸다는 것은, 글을 쓸 때부터 남들이 읽어주기를 의식하고 쓴 게 아닐까 해요. 제가 보수적인 걸 수도 있는데, ‘좋아요‘ 받기 위해 작성한 글들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 에세이나 산문집들은 좀처럼 와닿지 않아서 손이 가질 않더라고요. 깊이가 너무 얕다고 할까요. 시처럼 묵직한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 여하튼 요즘처럼 가벼운 글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늘 제자리에서 뿌리를 내리는 이석원 씨의 글은 여전히 좋네요.


그런데 예전에 보여주던 느낌과는 왠지 달랐어요. 다른 분들은 별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알 수 있어요. 기존에 보여준 당신의 감성이 미묘하게 바뀌었음을. ‘보통의 존재‘에서 보여준 것과 달리 지금은 남을 의식하고 쓴 글처럼 끈적끈적 함이 묻어 나와요. ‘보통의 존재‘는 담담한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담담한 척을 하는 느낌이 종종 있어요. 다는 아니지만 짧은 글들은 본인 만의 마일드한 톤을 볼 수 없었어요. 물론 편집자의 요구대로 수정을 했겠지만 과연 이 책은 본인만의 감성을 들려주기 위해 쓴 것인가요. 혹시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쓴 것은 아닌가요. 본인만이 답을 알겠죠.


제가 이석원 씨의 글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당신의 글이 대부분 관계 중심으로 쓰이기 때문이에요. 저 또한 삶에서 1순위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인간적인 이야기를 속삭이는 당신의 글이, 남들과의 감정을 정리하는 당신의 글이 참 좋아요. 본인 스스로도 인간적이라는 말을 듣기 좋아할 만큼 인간미를 원하시더라고요. 당신이 말하는 ‘인간적‘이란 것에 대해 집중해봤어요. 때론 실수도 연발하고 잘못도 저지르지만 이해가 되는 사람,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더군요.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삶의 지혜도 늘어가고, 상처도 덜 받고 그래야 진짜 어른이 된 거라고 생각들 하죠.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죠. 굳이 어른인 척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세상을 깨달았다 하기엔 한없이 부족하고 연약한, 우주의 먼지 알갱이 같은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는 그런 사람들. 당신이 바라고 원하는 모습은 제가 바라는 모습과도 아주 닮아있어요. 저도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서 그런지 절친한 사람은 많지 않네요. 그래도 전 지금의 제가 좋아요. 이석원 씨도 이제는 자기 자신과 그만 부딪혔으면 좋겠어요. 감성적인 건 좋은데, 유리 감성은 금방 부서져버리니까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제가 알던 분위기와 달라서 아쉬웠는데요. 3부 ‘엄마의 믿음‘에 와서야 진짜 이석원 씨의 감성을 되찾은 듯했어요. 가족에게서 얻는 깨달음이야말로 인생의 진리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부모님과 화기애애 한데도 당신의 투정과 후회들이 너무 공감되었어요. 엄마는 자식을 뒷바라지하는 내 인생의 엑스트라가 아니라 엄마 인생의 또다른 주인공인데 말이죠. 근데 자식들은 그것을 항상 늦게 깨닫는 것 같아요. 잘해드려야지 하면서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돼요. 어째서 이것만 자꾸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을 만들어 준 것도 감사합니다. 어서 건강 회복하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부디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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