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어 데스 스토리콜렉터 50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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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한때 유명했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랬지만, 출소 전날에 탈옥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엄청난 내러티브 때문이기도 했다. 거장 스티븐 킹은 요즘 웬만한 작품마다 칭찬을 해대서 신뢰감이 확 떨어졌지만, 이 작가에 대한 칭찬은 나도 격하게 인정하는 바이다. 일반 하드보일드 범죄소설과 큰 차이는 없지만 타 작가에 비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편이랄까? 그래서 세련된 스릴러를 쓴다는 이미지를 가진 작가로 각인되었다. 이번에는 늘 집필하던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을 쓰셨는데, 총평은 그냥 그랬다. 시리즈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들은 유독 스탠드얼론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호랑이에서 재규어급으로 떨어졌다 한들 맹수는 맹수이다. 이전 작품들보다는 많이 약하지만 분위기만큼은 알아줘야 한다.


주인공은 10년 전에 700만 달러를 훔치고 살인한 강도 사건으로 교도소에 들어왔다. 10년이라는 복역을 마치고 내일이 출소일인데 그는 석방 전날에 탈옥을 했다. 이유는 주연들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고 작가도 모르는 것 같다. 아무튼 세상은 이 빅뉴스에 긴장 타기 시작했다. 한편 탈옥수의 소식을 들은 상원 의원과 측근들은 주인공을 잡아 감방에 넣기 위해 힘을 모은다. 죄수가 탈옥했으니 경찰들이 잡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주인공을 완전 유죄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은 어딘가 구린내가 난다. 그들은 10년 전 강도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탈옥한 이유와 그를 쫓는 경찰들의 진실은 무엇인가.


요약한 내용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되게 정신없었다. 로보텀 답지 않게 지저분한 플롯이었다고 생각한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를 쓰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불필요한 설명도, 자잘한 이슈도 너무 많았다. 물론 나중엔 하나로 엮었지만 그 많은 내용들이 주인공의 도주 내용과 큰 연관이 없다고 할까,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까. 일단 주인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 주인공과 친했던 죄수가 석방되어 주인공을 쫓는 것과, 10년 전 강도 사건의 담당 경관이 주인공을 좇는 것. 그리고 그 경관과 함께 움직이는 FBI 요원. 그 외에도 기타 등등. 다들 탈옥수를 잡으려고 우왕좌왕하여 읽는 입장에서는 혼잡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걸 노린 거라면 정말이지 대성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주인공은 과거 자신이 모셨던 보스의 정부를 사랑하게 되었고, 밀회하다 들켜서 반죽음 상태로 쫓겨났었다. 그런데도 여자를 잊지 못해 계속 쫓아다녔다. 사랑에 눈이 먼 남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남자들은 누구나 경험하는 거니까, 이런 순정파 캐릭터도 나쁘진 않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선 가, 세상 때가 너무 많이 묻어선 가, 주인공이 너무 매력 없었다.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버리는 남자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와닿지도 않고, 이런 하드보일드 작품에는 더욱 안 어울리는 설정 같았다. 아무튼 별로야. 게다가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탈옥하고도 목적지 없이 방황하는 장면만 나와서 미친 듯이 답답했음. 독자를 숨 막혀 죽게 하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이 두꺼운 분량이 대부분 탈옥수를 잡으려는 내용뿐이고, 주인공이 왜 탈옥한 건지 설명이 없어서 결국 체념하고 읽었다. 조금은 감이라도 와야 하는데 그런 건 없고, 주인공을 쫓는 자들과, 엮여서 피 보는 사람들의 내용을 더 중하게 다룬다. 증발한 700만 달러의 행방은 아예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것도 말을 안 해주니까. 가끔씩 10년 전 내용들이 나오곤 하지만 이게 현재와 별 연관도 없어 보여 그냥저냥 읽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팬심으로, 의리로 읽는 기분이었다.


이 작품이 더 별로 인건 탈옥을 한 뒤로 현재 장면보다 과거 내용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연히 과거 설명은 필요하다. 주인공에 대해서 알아가야 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과거에만 할애해서 현재에는 ‘탈옥했다‘가 전부이다. 탈옥 후에 이렇다 할 내용이 없다. 작가가 사건과 스토리보다는 캐릭터 설정에만 정성을 쏟아서 읽을수록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몰라 답답했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예비군들이 현역 시절 자랑할 때 엄청 뻥튀기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거. 그런 건 사실 내용이 재밌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의 말빨이 재밌는 거지. 이 책도 똑같았다. 내내 답답하다가 마지막에 반전 한방 터뜨리고 끝나는 작품들은 이제 질렸다. 게다가 이 책의 반전은 반전 축에도 못 꼈음. 스탠드얼론은 더욱 분발해주세요, 로보텀 슨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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