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전쟁 - 본격치과담합리얼스릴러
고광욱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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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이런 게 바로 오리지널 코리아 스릴러다! 하고 외국인들한테 보여주고 싶지만, 그랬다간 국가 망신 당할까 봐 겁나는 리얼 팩션 작품이다. 전 국민이 궁금해하는 비싼 치과 비용에 대한 이유를 알리기 위해 현역 치과의사가 소설을 펴냈다. 본인도 의사면서 같은 업계의 비리를 이처럼 적나라하게 고발해도 괜찮은 걸까? 비록 허구라지만 현실에 전혀 없는 사실은 아닐 테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저자가 걱정되었다. 물론 작품 속 주인공처럼 난 그딴 거 겁 안 난다! 하시겠지만 말이다. 초반에는 이게 무슨 스릴러냐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왜 스릴러인지 알겠더라. 정말로 치과의사들은 본인 밥그릇만 챙기느라 돈 없고 가난한 환자들은 어찌 되든 상관없어할까? 수차례 충격을 먹어서 이게 소설인지 실화인지 분간이 안되고 있다. 길지 않으니까 다들 꼭 읽어봤으면 한다.


소설 속 치과협회에서는 10만 원이면 되는 임플란트 비용을 200만 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제 막 치과를 개원한 주인공은 100만 원으로 임플란트를 치료해주었다. 기존 의사들은 주인공이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협회에서 담합한 진료비용 및 정책대로 하지 않는 의사와 병원을 일명 ‘덤핑 치과‘로 분류하고 조직적으로 왕따를 시킨다. 치과협회는 치기공협회를 갑질하여 왕따들에게 재료 납품을 중단 시켰다. 또한 덤핑 치과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압박을 주어 하나둘씩 일을 그만두게 한다. 직원도 부족하고, 재료 부족으로 치료도 못하니 자연스레 환자가 끊기면서 병원장의 밥줄도 끊어진다. 갈수록 치졸하게 괴롭히는 협회로 인해 정직한 의사의 선택은 이 바닥을 뜨거나, 무릎 꿇고 용서를 빌거나 둘 중 하나였다. 협회에게 갑질을 당하는 주인공은 변호사 친구와 기자 친구의 손을 잡고 치과협회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과연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을 것인가.


권력의 힘이란 참 무섭다. 진실도 정의도 양심도 권력 앞에서 다 소용이 없다. 있는 놈들이 더하단 말처럼, 배운 것들이 더 저질스러움을 보여주는 책이다. 치대생들은 졸업반 때에도 담합을 한다. 최종 국가시험을 앞두고 학생회에서 최대한의 점수를 정해준다. 이 상한선을 넘길 시 불이익을 당하게 만든다. 서로 경쟁하지 말고 다 같이 안전빵으로 졸업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담합 전통은 훗날에 병원을 차린 뒤에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학생 때는 최대 점수를 어기는 게 금지였고, 현역 때는 최소 가격을 어기는 게 금지였다. 주인공은 임플란트의 가격을 어김으로써 치과협회의 배신자가 되었다. 다 같이 잘 사는 길을 두고 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뜻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의사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직업일까.


저자는 유디치과 대표이다. 나도 유디치과 싸서 좋아했는데, 반대로 주변에는 싸니까 꺼림칙하다는 사람이 많았다. 참 이상했다. 잘만 치료하던데 뭐가 문제일까. 왜 다들 돈 없다면서 비싸기로 유명한 치과만 찾아가는 걸까. 그런 사람들이 원가를 알게 되면 얼마나 비참할까. 지금은 임플란트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지만, 그 가격으로 두세 개만 치료해도 부담은 여전히 크다. 그래서 저자는 지난 10년의 치과 인생 동안 협회의 담합과 수많은 비리에 맞서싸워왔다. 이 작품이 나온 이후 대한 치과의사협회에서는 저자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비판하기에 나섰다. 그러나 기사 내용에 나오는 협회의 주장과 변론은 그닥 신뢰가 가질 않는다. 지금도 본인들의 구겨진 이미지 회복에만 신경 쓰고 있지, 환자들을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기 때문이다. 가난하면 아프지도 말처럼도 들리는군. 돈 많으면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은 언제부턴가 뼈를 때리는 팩트가 되어버렸다. 돈 잘 번다는 의사들도 돈 없다고 찡찡 거린다면, 그보다도 못한 직장인과 근로자들은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http://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491550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재윤 홍보이사의 라디오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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