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과 친해지는 법
방현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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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을 책으로 보는 기분이다. 읽고 있으면 논스톱과 하이킥 시리즈가 계속 생각난다. 시트콤의 묘미는 좌충우돌 사고 속에서 볼 수 있는 인물 갈등과 공감대 형성이 아닐까. 나도 저 기분 알지, 나도 저 상황 겪어봤지, 하면서 웃고 울던 그 시절처럼 즐겁게 읽었다.

보통 시트콤은 경사보다 골 때리는 에피소드가 더 많은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제목부터 불운과 동거하는 사람들 이야기일까. 그러나 제목만큼 심각하게 불행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던 것은 이슈가 발생해도 금방 금방 해결되거나 타협을 해버려서 각자의 사연들이 보기보다 가벼워 보이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요즘 같은 휴가 시즌에 읽어줘야 어울린다.

모친이 돌아가신 후 주인공은 자신의 주택을 셰어하우스로 제공한다. 입주한 5명의 싱글남녀와 재미난 뷰티풀 라이프를 꿈꿨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직장도 없는 주인공이 그나마 내세울 게 요리 실력이라 세입자들에게 다양한 요리로 집밥을 제공하며 자상한 주인 노릇을 하지만 제멋대로인 사람들의 배려 없는 모습은 낙천적인 주인공을 무너지게 만든다.


질서 속에서 피어나는 정을 원했는데, 통제는커녕 집주인 대우도 못 받는 기분. 그러나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들도 돌아가면서 불운을 맞이한다. 집주인은 이 5명의 세입자들하고만 잘 지낼 예정이었는데 날이면 날마다 빅뉴스가 생기고 외부인이 꼬이는 등 아주 급속도로 늙어간다. 원래 사람 간에는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오래오래 잘 지내는 법이거늘, 작가의 말처럼 거리를 두려 하면 노크도 없이 내 영역에 훅 들어와버리고, 반대로 좁히려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멀어질 때가 다반사이다. 이거 참 세상은 요지경이 확실한 듯.

세입자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안절부절못하는 집주인이 너무 귀여웠다. 현실에서 있을듯하면서도 없는 매력 넘치는 너란 남자. 작가님 센스 베리 굿. 세차만 하면 비가 오듯이,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뭔가가 또 터지는 일이 반복되는 이 집안사람들은 본인들도 모르게 여러 불운들과 점점 친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일상 중에도 좋아하는 여자에게 요리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집주인의 늦깎이 순애보 연애사업은 과연 성공할런지.

잘 나가다 갑자기 마무리되어서 붕 떠버린 느낌이 잠시 들었지만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라 엔딩이 없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튼 괜찮은 작품이라 이 작가도 응원하기로 했다. 흥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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