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궁극의 아이‘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 작품에서도 다시 한 번 느끼는 바, 장용민 세계의 스케일은 참으로 광활하다. 첩보물처럼 이 나라 저 나라 옮겨 다녀서 활동 범위가 넓은 게 아니라 여러 무대를 하나로 엮으면서도 척척 들어맞추는 기교가 매번 정점을 찍는 듯. 저자가 영화감독을 목표로 시나리오를 써왔다고 하니 이제서야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입체적인 표현력이 납득된다.

주인공 정가온은 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는다. 수술 성공률은 12%. 괴로움에 울부짖던 중 가족과 수년간 연을 끊은 아버지가 낙사로 운명했다는 비보를 듣고 찾아가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아버지의 휴대폰에 저장된 단 하나의 번호를 따라 찾아간 곳에서 스무 살쯤 된 자폐증의 여자를 만나는데 세상에, 아버지의 배다른 동생이란다.

그녀를 통해서 전달받은 아버지의 유품 상자 안에는 웬 인형이 있는데 이 인형을 뺏으려 괴한과 권력들이 주인공을 위협해오기 시작한다. 대체 이 인형이 무엇이관대 다들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인가.

이번에는 허공에 떠돌던 동양 역사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오리엔탈 팩션 물을 창조했다. 한중일의 국가대전으로 이어질 국보급 비밀을 지닌 인형의 기원부터 전승 배경과 저주 등등 정말 이 모든 설정이 한 사람 머리에서 나왔다니, 작가의 천재성에 그저 감탄하게 된다. 사실 ‘궁극의 아이‘에서는 개연성 면에서 눈감아준 구간이 많았는데 이번 플롯은 정말 완벽했고 넘치는 장점과 매력으로 빈틈들도 충분히 커버했다. 역사와 허구의 경계 또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자연스러우며, 적당히 하드보일드 하면서 간결한 문체는 익숙지 않은 단어와 문장에서도 힘과 리듬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작가는 동양의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화끈하게 지휘하고 있었다. 동양적인 판타지 요소들도 있어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해도 손색이 없겠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암이라는 핸디캡을 준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만물을 손에 넣어도 작은 암세포에 무너지는 하찮은 인간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하고, 죽음에 가까이 다가선 사람만이 득도하는 세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욕망을 가진 자들이 치러야 할 대가를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천 년을 살 것처럼 말하지만 십 년 씩 열 번도 못 사는 인생이다. 섭리를 거스르는 ​욕망은 파멸을 잉태할 뿐임을 경고하는 것이 아닐까.


http://ch.yes24.com/Article/View/26116
불로의 인형 -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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