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엑스
재신다 와일더 지음, 이성옥 옮김 / 글누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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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막돼먹은 부잣집 금수저들을 상담하고 신랄하게 교육한다. 교육이 끝나고 손님이 나가면 그녀의 주인인 한 남자가 찾아온다. 어떤 손님 앞에서도 당당하고 꿀리지 않는 그녀, 마담 엑스. 하지만 이 남자에게는 절대복종을 해야 하고 저항할 수가 없다. 그녀는 컨설팅 사업 파트너이며 자신의 소유라는 인식을 성관계로 각인시키는 이 남자는 누구인가. 그의 소유인 아파트에 갇혀서 CCTV로 감시받고 있는 그녀는 어쩌다 여기에 갇혀서 고객들을 상대하며 주인에게 성적 학대받는 입장이 되었을까. 그녀가 자유를 잃고 주종 관계가 된 이유는 이러하다. 과거에 한 사고로 부모는 죽었고 그녀는 살아남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는데, 그런 그녀를 케일럽이라는 남자가 구해주고 길러준 것이다. 그러나 케일럽은 마담의 몸과 마음을 6년에 걸쳐 완전히 분리시켜 놓았고 자신만의 마리오네트를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변함없는 마담의 일상에 어느 날 큰 파도가 몰아친다. 한 금수저 고객이 자선행사의 파트너로 가달라는 부탁에 그녀는 처음으로 집 밖을 나오게 된다. 그리고 행사장에서 만난 낯선 남자가 마담에게 반하여 끈질기게 매달리며 찾아온다. 그녀의 세계는 주인 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으나 웬 불청객이 허락 없이 들어와서 그녀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그 후로 마담 엑스의 꿈틀대던 생존 욕구가 본격적으로 눈을 뜬다.


성행위를 글로 표현하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며 예술이다. 19금 매니아들은 평소에 이런 예술을 즐기시는 거였구나. 암튼 에로틱 스릴러라 해서 어떤 건지 궁금했는데 에로와 스릴이 섞인 게 아니라 철저하게 분리된 작품이었다. 절반까진 별 내용 없이 정사씬만 계속 나오고, 후반부가 돼서야 스릴러 다운 씬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스산한 분위기 덕에 거시기한 장면들이 전혀 낮 뜨겁지 않았다. 그보다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마담을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은데, 나의 뇌는 이 비정상적인 두 남녀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책을 덮었다.


완전한 사육을 당하는 결박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과, 그에 따른 두려움이 계속 부딪히는 주인공. 자신은 어항 속 물고기였고 물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알면서도 어항 밖으로 도망치지만 물고기는 물 밖에서 살 수 없다. 지난 6년 동안의 세뇌교육 때문에 노이로제 걸려버린 그녀는 주인에게 돌아가 재차 묻는다. 당신은 누구냐고. 그는 시작부터 끝까지 ‘알려고 하지 마‘라는 말밖에 안 한다. 정말 한결같은 태도에 진심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작가도 좀 적당히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마담의 과거나 주인의 정체를 마지막까지도 꽁꽁 감춰두고 공개하질 않는다. 이건 뭐 완급조절 실패가 아니라 밀당이 뭔지도 모르는 데다 너무 질질 끌어서 나중엔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런 걸 요즘 표현으로는 발암직한 캐릭터라고 하는 거다. 기껏 아파트를 탈출하고서 다시 케일럽에게 돌아가는 그녀를 보며 나는 그냥 이해하기를 관뒀다. ‘왜?‘라는 말도 이젠 지친다. 느낌상 후속편 나올 거 같은데 정사씬은 절반으로 줄이고 스토리에 충실했으면 합니다요.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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