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요란하다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2
한차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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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현 작가를 보고 있으면 가수 윤종신과 휘성이 떠오른다. 두 가수의 작사한 가사를 읽으면 평생을 사랑과 이별로 살아온 사람 같고, 곡마다 색다른 감성의 가사를 마치 본인 얘기처럼 쓴다. 이처럼 매번 새로운 감성을 보여주는 작가가 바로 한차현이다. 상상력이 대단한 것도 있지만 사랑이란 게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야 그 감성을 써 내려가기란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가는 문학계의 재간둥이 사랑꾼이다.


초반 분위기는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처럼 파릇파릇한 감성으로 시작한다. 아는 형이 불러낸 자리에서 만난 N과 친해져 사귀게 되는 주인공. 이제껏 만나온 여자들 중 가장 죽이 잘 맞는 그야말로 천생연분인 그녀는, 신기하게도 지난 애인들의 매력들을 전부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퍼펙트 한 여자인 셈. 그렇게 한참 깨 볶고 있는데 전 남친이 찾아와 N을 조심하라는 옐로카드를 건네주고, 연애 7개월쯤 N에게 웬 남정네들이 나타난 뒤로 그녀는 자취를 감추었다.


한차현의 작품을 읽어보면 ‘엽기적인 그녀‘ 차태현의 내레이션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순수함도 있고 어벙한 면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고 즐겁기도 하고. 많은 국내 작가들이 집에 방콕하면서 담배만 연신 피워가며 하루하루 사는 글쟁이 같은 이미지인데 이 작가는 대학로 길거리 계단에 앉아 탄산수 마시면서 노트북 두들기고 있는 동네형 느낌이 든다. 여튼 이번 작품도 문장마다 정말 열심히 놀아본 사람이라는 흔적이 묻어있다. B급 유머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 나름 잘 맞는 유일한 국내 작가. 이미 독자들 사이에선 ‘약 빤 작가‘로 불린다는데 정말 공감한다.


이 책은 소제목들이 전부 유행가 타이틀이라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읽다 보면 순수하고 찬란했던 옛 시절로 돌아간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그런 사랑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흔한 연애시절 말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일 뿐 솔직히 그저 그런 밋밋한 이야기에 서서히 물리고 있었는데 N의 정체가 밝혀지고 주인공은 선택받은 자였음을 알게 되면서부터 흐름이 바뀐다. 연신 ‘나라면?‘이라는 생각으로 몰입했는데 역시 나라도 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듯. 끝에서는 주인공이 모든 기억을 리셋할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더라도, 그 많은 아픔을 다시 겪더라도 리셋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해도 후회고 안 해도 후회라면 차라리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안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둘다 괴롭지만 저지른 뒤의 후회가 훨씬 더 오래가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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