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종종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상상을 한다. 그래서 탄생한 많은 판타지 이야기들이 우리 마음을 흔들어왔으며 또 다른 꿈을 꾸게 한다.

이 작품은 일상 판타지물이다. <해리 포터>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허구적인 구성보다는 일상에서 있을 법한 판타지가 더 매혹적인 것은 나이 들었다는 증거일까.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인공들의 운명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수명이 정해져 있다던가, 완수해야 할 사명이 있다던가, 잃어버린 기억이나 물건을 찾아야 한다던가 등등. 그들은 목적을 이룬다 해도 현대인들과 어울려 살 수 없는 운명이 대부분이라 엔딩의 여운이 더 오래간다. 이 작품 또한 평범한 일상에 돌연변이 인어가 갑자기 등장해 당혹스럽기도 하고, 현실감이 있는 듯~ 없는듯한 경계선상에 있어, 자식의 거짓말을 알고도 속아주는 부모의 마음으로 읽게 된다.

구병모님 작품답게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여러 번 걸려서 쉽지 않았다. 어느 깡촌에 사는 노인과 손자가 호수에서 다 죽어가는 한 소년을 구해내는데, 놀랍게도 이 소년은 양쪽 귀 목덜미에 물고기처럼 아가미가 달려서 숨 쉴 때마다 벌렁벌렁 거렸다. 이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 골치 아파질 것을 예감한 두 사람은 집안에 숨기기로 한다. 이후 손자의 엄마가 짠하고 나타나 소년과 옥신각신 하다가 사고로 죽고, 자신의 울타리를 떠나 세상이라는 물없는 바다로 떠나는 아가미 소년. 세월이 흘러 소년을 찾아온 한 여성에게 노인과 손자의 근황을 전해 듣고 옛 가족을 되찾으러 가는 것으로 그렇게 잔혹동화는 막을 내린다.

사실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노인의 손자 ‘강하‘이다. 강하는 이 돌연변이를 거칠게 대했지만 표현할 줄 몰라서 그렇지 ‘곤‘이란 이름을 붙여준 것도 그였고, 소년에게 동정과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곤의 설정상 수영만 잘할뿐 별다른 능력이 없어 큰 활약이 안 나오다가 마지막이 되어서야 자신의 유일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 물고기 인간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떻게 끝날 거라는 설명은 없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이런 돌연변이를 받아준 강하와 곤의 유대관계는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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