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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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목은 잘 짓고 봐야 할 일이다. 내용에 상관없이 표지가 예뻐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듯이, 나라는 인간은 제목만 보고도 손이 가기 때문이다.

마흔여덟 번째 면접 끝에 겨우 합격한 과자회사의 3차 면접인 합숙 연수를 들어가는 주인공 M 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수원에서 지내는 한 달 동안 매일매일 모두에게 평가가 매겨진다는 사실을 안 뒤로부터 본인이 조장을 자처하고 온갖 희생과 열정을 보여주자고 결심한다.

그러나 갈수록 M은 이 기업 속의 한 개인이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느낀다. 마치 우주에서 지구는 점 하나에 불과한 것처럼. 결국 M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신의 열정과, 오해로 불거진 부당한 대우에 이성이 끊어져 돌발행동을 하게 된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받았던 그 느낌. 이 길이 맞다고 부지런히 달렸으나 전혀 다른 방향이었던. 이 책에서도 그와 비슷한 장치가 깔려있다. 초반에 음료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눌렀을 때 오렌지주스가 나온 장면부터 작가는 이 연극 같은 삶의 부조리함을 계속 암시했다. 현대사회의 대표적 문제인 ‘면접‘이라는 소재를 희극 형식으로 담아낸 이 작품은 오래된 국내 작가들의 문학에서 주는 묘한 불편함과, 젊은 국내 작가들이 지닌 신선한 감각이 적절히 섞여있다. 작가만의 고유성을 간직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여 다양한 작품을 창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어떤 다큐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본 신기한 장면이 생각나는데 중국의 모 공장에서는 먼지로 벽돌을 만들었고, 일본의 모 공장에서는 달걀 껍질로 분필을 만들었다. 불필요해 보여도 다 쓸모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깨달음이었다. 이처럼 우리 개개인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잊지 맙시다. 그대는 완전 소중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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