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레스토랑의 주인이지만 주인공은 과거에 질 나쁜 전과자였다. 갱생해서 열심히 사는 그에게 어느 날 두 범죄자가 출소했다는 편지가 온다. 발신인은 출소자들에게 살해당한 딸의 모친이었으나 그녀는 16년 전에 암으로 죽은 사람이다. 그들이 출소하면 복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거액의 돈을 받은 주인공은 결전의 날이 다가왔는데도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다. 약속을 들어준다는 조건으로 지금의 행복을 얻었으니 복수를 해주지 않으면 딸의 목숨은 없다는 모친의 협박에 주인공은 결국 인정한다. 이 모든 행복이 역겨운 약속 위에 성립된 희망이었음을.

오랜 세월 동안 묵혀둔 비밀은 그만큼 고뇌의 무게도 다르다. 언제든 폭삭 무너질 수 있는 이 행복을 어떻게 해야 유지할 수 있을까. 일본은 이런 양심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연출이 기가 막힌다. 이미 주인공의 입장과 처지가 신분세탁한 죄인이었기 때문에 독자의 열렬한 응원은 글렀고, 이런 상황에 해피엔딩은 불가하므로 작가는 무승부도 아닌 모두의 패배로 끝내버렸다. 다 좋았는데 중반부터 액션물로 턴을 하더니 전혀 다른 장르가 되었는데, 초반의 느낌을 계속 이어갔다면 별 다섯 개도 줄 수 있었건만. 아쉬움이 크다.

예전에 고등학생끼리 랩으로 승부하는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한 학생이 알고 보니 학교에서 유명한 일진이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있었다. 그런 학교의 일진들이나 사회의 범죄자가 버젓이 잘 사는 걸 보면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얼마나 기가 찰 것인가. 한번 지은 죄는 시간이 지나도 죄다. 지금 핫이슈인 미투 운동이 그 증거다.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가해자의 갱생은 한낱 연극처럼 보일 뿐이지. 한번 구겨진 종이는 절대 새 종이처럼 복구될 수 없거든. 그래서 인과응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번역에 ‘멘붕‘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 건가? 이런 속어나 줄임말도 편집부에서 통과를 시키다니. 세상 말세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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