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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알츠하이머 증세로 계속 헷가닥 하는 킬러 할배의 말년 기록 일지다. 어느 날 동네에서 마주친 꺼림칙한 남자가 갑자기 딸의 결혼 상대라면서 인사를 하러 오는데, 사내의 눈빛이 아무리 감춰도 감출 수 없는 맹수인 거라. 딸을 지켜야 하는데 필름이 계속 끊어져 딸의 보호는커녕 자신도 보호 못하고 점차 선과 악을, 진실과 거짓을, 빛과 어두움을 식별하지 못하는 킬러 할배의 새드엔딩.
왜 이 작품이 주목을 받았고 유명해진 건지 실감했다.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던 서양식 하드보일드 한 문체와 유머, 그리고 간결함 속에 깃든 묵직한 울림. 주인공의 혼돈 그래프가 서서히 치솟는 게 피부로 느껴져서 소름 돋았고 이런 두근거림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인가 싶었다. 김영하 작가가 이렇게 센스 넘치는 사람인 줄 이제야 알았다니.
이 책은 무엇보다도 작품 해설을 꼭 봐야 한다. 어떤 서평도 해설보다 잘 쓰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얇은 책을 이렇게나 분석하다니, 역시 평론가는 다르군요. 근데 요즘은 어제 먹은 점심 메뉴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럼 나도 치매 증상이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