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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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자 친구와 결혼 문제로 이야기하다 의견이 어긋나게 됐고 다투었다. 그리고 1주일째 서로 연락을 하질 않았다. 아니, 그 쪽에서 연락이 오질 않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다. 머리를 식힐 겸 도서관으로 갔다. 무슨 책을 읽을까하다 제목이 맘에 들어 책을 뽑아 들고 읽기 시작했다. 2시간만에 다 읽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내내 우울했다. 책장이 가볍게 넘어갈 정도로 경쾌하게 쓰여져 있었지만, 왠지 읽는 내내 우울했다.

주인공의 부모님과 형 부부를 제외하고 이 책에 나오는 부부들의 결혼 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모두들 진정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다기보다는 마쳐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결혼을 하고, 다른 이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도 않지만, 이혼은 하지 않고 살아간다.

부모님 세대보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게 요즘 사람들이라고 한다. 어쩌면 현재 20~30대 가정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낸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소설도 다른 소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걸 다룬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별로 충격적이거나 특별히 우울할 것도 없는 건데....결혼 문제 때문에 마음이 지친 나에겐 무척이나 어둡게 다가왔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내용과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정말 결혼은 미친 짓일까? 작가는 진심으로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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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1
이미륵 지음, 전혜린 옮김 / 범우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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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쯤, 우연히 TV에서 이미륵이라는 사람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이미륵이라는 독특한 이름, 갸름한 얼굴에 안경을 낀 전형적인 지식인의 모습에 이끌리게 되었다. 의학 공부를 하던 중 3.1 운동에 가담했고, 일본의 압력을 피해 독일로 유학을 간 이미륵은 깊은 학식과 고매한 인품으로 많은 독일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특히 그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미륵에게서 중국학을 배웠다던 한 독일인이 유창한 중국어로 이미륵에 관해서 이야기하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미륵의 글이 독일 교과서에서도 실릴 정도로 이미륵은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에서만큼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을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됐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미륵의 어린 시절과 독일에 유학 온 직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사촌 형 수암과의 추억, 신학문을 배우면서 받은 충격,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별세, 서울로의 유학, 3.1 운동, 그리고 독일로의 유학...흥분된 어조로 쓰여질 법한 부분도 그저 작가는 담담한 어조로 한 편의 그림을 그리듯이 펼쳐나갔다. 그의 차분하고 조용한 성품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문체가 멋있지는 않았다. 어조가 너무 담담하여 지루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작자 성격을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독일 사람들의 극찬에 기대를 했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역자의 능력 부족인지, 아니면 독일어 원문의 맛을 한국어로 표현하기엔 힘든 거였을까? 그래도 한 번쯤은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륵에 대한 연구가 우리나라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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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범우사루비아문고 14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 범우사 / 198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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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작품을 처음 대학교 문학 세미나에서 접하게 되었다. 작품의 배경이나 평론은 알지 못한 채, 개츠비의 한없는 사랑이 너무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제목의 '위대한(Great)'은 반어적인 의미로 진짜 위대한 게 아니라 어리석게도 애정을 쏟아부은 개츠비를 비꼰게 아니냐며 내 생각을 말했던 게 생각난다. 그 때, 아무도 내 의견에 공감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 작품이 쓰여질 당시, 미국은 산업화로 인하여 전통의 구속력이 약해졌고, 젊은이들은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하고 환락의 세계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되찾기 위해, 돈을 벌고-정당한 방법으로 벌지는 않았지만-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개츠비의 모습은 방황하던 미국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말 그대로 '위대하게' 보여졌을 것이다. 개츠비가 그토록 사랑했던 데이지는 겉모습은 청순할지 몰라도 이미 남편의 부에 눌려 타락하였고, 이런 데이지의 모습 때문에 개츠비의 순수한 사랑이 더 빛이 난 거 같다.

신문에서 보니 '위대한 개츠비'가 다시 떠오르고 있어 베스트셀러집계에서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통과 도덕보다는 돈이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요즘, 현대인들은 개츠비같은 사랑을 꿈꾸고 바라고 있는 건 아닐까? 읽고, 다시 또 읽어봐도, 나에겐 아직도 개츠비의 사랑은 너무 슬퍼 어리석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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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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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한번 쭉 훑어봤다. 분명 만화책은 아닌데, 문장보다는 그림이 차지하는 면이 더 컸다. 작가인 상페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었다. 첨엔 그림이 많은 게 불만이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문장보다는 그림에 더 눈이 갔다.

이 책은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 까이유와 '재채기를 하는 아이' 르네 라토의 우정을 그렸는데, 읽는 동안 내내 기분이 유쾌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슬픈 장면도 아닌데,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났다. 책이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두 아이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문장이 많았지만. 난 이 문장이 맘에 들었다.

'마르슬랭은 감기에 걸릴 때마다 그의 친구처럼 기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흡족해 했다. 그리고 르네 역시 햇볕을 몹시 쬔 어느 날, 그의 친구가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 버린 것에 아주 행복해 한 적이 있었다...'

날씨가 추운데, 마음까지 차가워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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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1 문학사상 세계문학 10
알렉스 헤일리 지음, 안정효 옮김 / 문학사상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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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의 주인공 쿤타 킨테라는 이름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어릴 적에 TV에서 외화 미니시리즈로 방영이 된 적도 있었다고 들었다. 도대체 <뿌리>가 무슨 내용이길래 이렇게 유명한 걸까? 궁금했다. 2권의 두툼한 책을 샀고 3일만에 다 읽었다.

주인공 쿤타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는 부분은 사실 지루할 정도로 자세하게 표현되었다. 그러나 쿤타가 토우봅(백인)에게 납치되는 부분부터는 꽤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흥미진진하여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쿤타는 납치되어 미국으로 갔고, 탈출을 몇 번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 곳에 정착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그 자부심을 자자손손 물려준다. 그리고 쿤타 킨테의 7대 자손이 바로 작가 알렉스 헤일리이며, 그는 자신의 뿌리를 찾은 것이다.

거의 짐승 취급을 당하며 처절하게 짓밟히는 흑인들의 생활, 그래도 꿋꿋하게 견뎌내며 결국 자유를 찾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옥의 티를 지적한다면 안정효의 번역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번역가로서의 안정효는 꽤 유명한데, 거칠고 어색한 문장이 많아서 읽는 데 조금 짜증이 났다. 그러나 '뿌리'는 이런 허물들을 덮고도 남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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