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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1
이미륵 지음, 전혜린 옮김 / 범우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4년 전쯤, 우연히 TV에서 이미륵이라는 사람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이미륵이라는 독특한 이름, 갸름한 얼굴에 안경을 낀 전형적인 지식인의 모습에 이끌리게 되었다. 의학 공부를 하던 중 3.1 운동에 가담했고, 일본의 압력을 피해 독일로 유학을 간 이미륵은 깊은 학식과 고매한 인품으로 많은 독일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특히 그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미륵에게서 중국학을 배웠다던 한 독일인이 유창한 중국어로 이미륵에 관해서 이야기하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미륵의 글이 독일 교과서에서도 실릴 정도로 이미륵은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에서만큼 알려져 있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이 책을 바로 구입해서 읽게 됐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미륵의 어린 시절과 독일에 유학 온 직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사촌 형 수암과의 추억, 신학문을 배우면서 받은 충격,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별세, 서울로의 유학, 3.1 운동, 그리고 독일로의 유학...흥분된 어조로 쓰여질 법한 부분도 그저 작가는 담담한 어조로 한 편의 그림을 그리듯이 펼쳐나갔다. 그의 차분하고 조용한 성품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문체가 멋있지는 않았다. 어조가 너무 담담하여 지루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작자 성격을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독일 사람들의 극찬에 기대를 했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역자의 능력 부족인지, 아니면 독일어 원문의 맛을 한국어로 표현하기엔 힘든 거였을까? 그래도 한 번쯤은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륵에 대한 연구가 우리나라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