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정도 된 아기 엄마인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읽게 된 책이다.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우리 애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라면서 친구가 책을 보여주길래 봤는데...처음엔 이런 책을 애들이 왜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른인 내 입장에서 봤을 땐, 글씨도 별로 없고 그림도 별론데 왜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일까? 그런데 친구 왈, 이 책에 쓰여진 의성어들을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야금야금, 아삭아삭, 아그작아그작..어른들은 그냥 지나치는 그런 말들을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들에겐 신기하고 재밌나보다. 하긴, 소리 내어 읽는 나도 어느새 입에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는 의성어들이었으니깐... 동물들이 커다란 사과를 같이 나눠먹고 나중에 우산으로 쓴다는 내용도 귀여웠다.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내용으로 책을 만든 작자의 아이디어가 놀랍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쉽고 재밌는 책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었다.그리고 작가 다다 히로시가 그림도 그렸던데 이왕이면 전문적인 삽화가에게 그림을 맡겼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다. 내용에 비해 그림이 너무 성의없이 그려졌다. 많은 거에 관심과 호기심을 갖는 아이들에 맞춰서 다양한 색상으로 좀 더 예쁘게 그림이 그려졌더라면 책의 가치가 더 올라갔을텐데 그림이 그 가치를 떨어뜨뜨린다는 느낌을 줬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느낀 건...역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아이들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 롤.리.타..' 이렇게 몽환적이며 섬세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롤리타'를 난 처음 읽는 순간부터 그 속에 빠지게 됐다. 출판 당시 금서 목록에 올랐다는 '롤리타'를 나는 내가 좋아하는 도서 목록에 늘 올린다. 10대 소녀에 대한 중년 남자의 집착과 사랑이라는, 지금 봐도 파격적인 소재가 충격적이긴 했지만 중년 남자, 험버트의 사랑이 전혀 추하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그가 불쌍하게 여겨지게 만드는 작가 나보코프의 솜씨가 놀라울 뿐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아무리 나보코프의 입담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어이없고 지저분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이 있겠지만 대부분 험버트의 사랑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롤리타에 대한 험버트의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병적인 집착이나 소유욕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험버트만큼 나 역시 마음이 아플 정도로 푹 빠졌다.죽기 전에 살면서 멋진 소설을 한 편 쓰고 싶은데, '롤리타'처럼 파격적이면서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휘어 잡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
기다리지 전화가 오지 않을 때 기분은 어떤가? 전에 사귀었던 이성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그녀와 나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때 나의 기분은?... 이런 물음에 대한 상뻬의 생각이 그림과 함께 담겨진 책이 바로 '속 깊은 이성친구'이다. 친구, 인간관계 특히 남녀 관계에서 우리가 평범하게 겪게 되는 감정이나 상황들에 대해 재밌고 솔직하게 때로는 다소(내가 느끼기에) 시니컬하게 상뻬는 이야기하고 있다.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와 같은 책은 중,고등학생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었지만, 이 '속 깊은 이성친구'는 학생들에게는 좀 지루할 듯 싶다. 오히려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며 관계가 더 넓은 어른들이 읽는다면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상뻬의 책처럼 동화같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완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지만 드라마 '미망'을 재밌게 본 기억이 나서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책을 읽게 되었다.장편 소설을 좋아하는데도 사실 조그만 글씨가 빽빽하게 찬 2권의 두툼한 책이 부담스러웠지만 조선 말 개성의 거부 전처만 일가의 이야기를 엿보는 게 꽤 재미있었다. 지루하게 묘사하는 부분도 적고 진행 속도가 빠르고 특히 개성 사투리가 재미있었다. 박완서의 고향이 그쪽이라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었다.다만 아쉬웠던 건 인물 설정이 다소 뻔하다는 것이다. 박경리의 '토지'와 비슷한 인물 설정 때문에 '미망'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많이 본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서로 추구하는 건 다르겠지만 두 권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그런 느낌을 조금이라고 받지 않았을까??평점 별을 3개를 주려고 했으나 4개를 준 이유...나의 어휘력이 부족해서였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표현들을 많이 보게 됐고 또 알게 됐다. 내가 미처 몰랐던 우리말을 알게 되어서 별 하나를 더 추가했다.
차 안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 편이다. 차가 흔들려 몇 장 읽다가 어지러워 더 이상 읽질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금술사'는 예외였다. 평범하고 어디에선가 들어본 이야기였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주인공이 겪는 모험이 동화같이 신비로워 책을 덮을 수 없어 흔들리는 차안에서도 읽었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꿈에서 2번씩이나 본 피라미드의 보물을 찾기 위해 떠난다. 우리들도 각자 마음 속에 자신이 진정 바라는 삶, 더 나은 삶을 위해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산티아고처럼 꿈을 위해 떠나는 사라이 있는가하면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사는 사람도 있다. 산티아고가 생각하고 겪는 어려움, 의심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 정도 겪게 되는 것들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우리 모두는 연금술사가 될 수 있다. 까만 납을 반짝거리는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연금술사처럼 우리도 마음 속 꿈과 보물을 찾아가며 삶을 더 윤기있고 가치있게 만들 수 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2003년도 새해에 읽은 첫번째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