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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한 집 - 취향이 있어 더 멋스러운 나만의 인테리어
데보라 니들맨 지음, 문신원 옮김, 버지니아 존슨 그림 / 지식너머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요즘 내 나이가 결혼적령기가 되다보니,
집에서 겪고 있는 서러움 중 하나가 바로 새로운 가구를 사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곧 결혼할테니 그 때 예쁜 것 사면 되지 않겠냐며...
맞다...
맞긴 맞는데...
그렇지만 딱 한가지 지금 당장 필요한 가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책장!
내가 읽어내는 책의 2배 가량을 사들이거나 서평이벤트로 받고 있으니 책장은 갈수록 모자랄 수밖에...
부모님이 새로 사주지 않는다면 내 돈을 주고서라도 지금 당장 필요하니까 사야겠다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더이상 책장을 놓을 자리조차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그러다보니 지금 내 방은 책탑을 군데군데 바닥에서부터 쌓아올린채로 그냥 지내고 있다.
신혼집은 이 책들로 도배를 해버릴거라는 생각을 위안삼아 버티는 중인 것이다.
그러다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한 집>이라는 이 책을 발견했다.
책 소개말이 나의 시선을 확 끌어당겼는데
이 책에 소개되는 공간에는 획일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공간에 잘 녹여낸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데코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책장의 책을 일률적으로 반듯하게만 꽂아두기보다는 때로 눕혀서 그 위에 초나 피규어를 놓기도 하고, 책을 쌓아 테이블을 만들고 그 위에 좋아하는 프린트의 패브릭을 씌워보기도 하고,
스냅 사진들을 모아 거실 한 벽면에 벽지처럼 붙이는 등 기발한 데코레이션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라는 문구였다.
그렇다면 책장이 없어도 이 책탑들을 멋지게 데코레이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펼쳤다.

집의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어떤 가구와 소품으로 집을 꾸미면 좋은지에 대해 설명해주기 위해 챕터별로 나누어 놓았는데,
현관을 시작으로 침실, 욕실, 주방, 거실이라는 공간과 그에 맞는 조명, 의자, 테이블, 쿠션과 패브릭, 벽, 거울, 책, 그림, 향기 등등의
가구와 소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무엇을 고르면 좋을지에 대해 알려준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책'의 경우,
단순히 벽을 채우는 소품이 아니라 아늑한 집을 만들기 위한 꼭 필요한 시대착오적인 물건들 중 하나라고 표현하면서,
이 책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책장에 빼곡히 꽂아만 놓지 말고,
주인의 취향에 따라 주제별 혹은 작가별, 색상별, 크기별로 분류를 한 다음
수직으로 채워넣은 책들 사이에 가끔씩 수평으로 쌓은 책더미를 섞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들 사이사이에 양초나 접시, 액자 같은 것을 하나씩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또한 책꽂이가 아닌 다른 곳에 책을 두는 방식으로는 야트막하게 쌓은 책 더미 위에 꽃병이나 작은 접시 같은 소품을 두는 방법도 있고,
책장 앞에 테이블을 하나 놓아서 이차원적이니 느낌을 주는 방법등이 있음을 알려준다.
설명과 함께 보여주는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라 일러스트가 직접 그린 수채 그림인데,
실물사진보다는 알아보기가 힘들었지만 계속 눈에 익히다 보니
마치 어린시절에 가지고 놀던 바비인형의 집이 생각나면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이렇게 꾸미고 싶다는 상상력이 더해져서 나름 보기에 괜찮았다.

다만,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저자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 국토 자체가 넓어서 대부분의 집이 우리나라 집보다는 넓다는 전제하에 서술된 인테리어 책이다보니,
현관에 테이블을 놓는다든지, 욕실에 의자를 놓는 데코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겨우 신발만 놓아도 가득차버리는 현관에 테이블이 웬말이며,
욕실 한가운데 의자를 놓으면 의자가 물에 젖을 수도 있고, 지나다니기에도 굉장히 번잡할 것이다.
그리고 은식기나 은촛대와 같은 소품들 같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과는 맞지 않는 소품들도 종종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몇가지 점들만 빼놓고 나머지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선별해 본다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PS.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작년에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나왔었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건축가인 장동건이 김하늘이 이렇게 물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어요?"
그러자 김하늘은
"아무도 떠나지 않는 집,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집이요."
라고 대답한다.
나는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 걸까?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집.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집.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이나 서점, 북카페가 있는 집.
다른 어느집에 머물더라도 우리집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느낄 수 있는 집.
그래서 아무도 떠나지 않는 집.
그 속에서 살고 싶다.
***낭만다람쥐의♥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