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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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6세 소년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뉴욕 부루주아 출신으로, 명문고 중 하나인 펜시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남들 눈에 홀든은 비정상적이고, 낙제점을 받는 탈선학생으로 보이겠지만

오히려 순수한 영혼을 가진 홀든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자신의 부모를 비롯하여 학교내 선생님과 학생 모두 위선적이고 탐욕적인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홀든은 이러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학당하게 되는데

부모님께 퇴학 사실을 비밀로 한 채,

학교를 떠나 집으로 귀가하기 전까지 2박3일간의 일들을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해 놓은 책이다.

 

 

청소년 시절에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행동을 공감해주지 못했었다.

그래서 내가 20대초반에 처음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난 뒤에

<호밀밭의 파수꾼>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20대후반, 그리고 30대가 되어 다시 읽은 <상실의 시대>가 전혀 다른 책으로 나에게 다가왔듯이,

역시나 이번에 다시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 또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사춘기 시절은 누구나 한번쯤 반항하고 싶고,다른 세상을 꿈꾸는 시기이기에

그 시절을 홀든처럼 방황하기도 하고, 그냥 묵묵히 흘려보내기도 한다.

난 묵묵히 흘려보낸 후자에 속했기에 사춘기 시절의 홀든을 공감해줄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에는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홀든의 행동을 볼 것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 귀 기울여 본다면 말이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콜든 홀필드의 눈에 절벽으로 떨어지는 아이는 순수함을 잃은 아이다.

그래서 그는 파수꾼이 되어 아이가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고 싶은 것이다.

 

 

 

  

아직 세상을 다 살아보지 않았기에 우리 모두는 홀든과 같은 성장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홀든도, 나도, 그리고 우리도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니 홀든과 같은 내면의 순수함만은 잃지 말고 살아가기를.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진짜 그랬다.

나 역시 <위대한 개츠비>에 미쳐 있었다.

개츠비가 쓰던 '형씨'라는 말은 정말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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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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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의 1920년대의 삶을 배경으로 한 소설.

 

개츠비는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개츠비가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난 뒤 다시 돌아왔을 때, 데이지는 이미 톰과 결혼을 한 뒤였다.
데이지는 톰을 사랑한다기보다는 그의 부에 이끌려 결혼을 한 것이었고,
톰이 머틀이라는 여자와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물질적 욕망 때문에 톰을 떠나지 못한다.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부를 모아 그녀의 사랑을 다시 찾았다고 확신했던 어느날,
우연한 사고로 머틀이 데이지의 차에 치여 죽음을 당한다.
머틀의 남편 윌슨은 머틀의 죽음이 개츠비 때문이라 오해하고
개츠비는 데이지를 대신해 기꺼이 죽음을 맞으며 소설을 끝난다.

 

이렇게 줄거리만 쓰고 보면 막장 드라마 같다.
도대체 왜 이 소설은 세계 고전으로써 명성이 높은 것일까?
왜 하루키는 이 소설을, 이 작가를 높이 평가하는 것일까?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를...
내면적인 아름다움보다
보여주기식의 외면적 부가 더 중요시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래도 한 여자를 위한 순애보적인 낭만을 지닌채 살다간 사람이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하는 것일까?
조건 없는 사랑은 위대한거니까..
그럴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츠비가 그토록 사랑했던 데이지라는 여자가 너무나 속물이고 비도덕적인 여자였기에...
과연 개츠비의 행동을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만, 개츠비의 사랑을 자신의 인생의 목표=꿈이라고 결부지었을 때,
그 꿈을 성취하기 위해 살아갔다는 점에서는 위대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루키님은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 선배를 통해서 이런 말을 했었다.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이상 읽은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
라고...


그리고 <상실의 시대>를 읽을 때마다 생각나는 <호밀밭의 파수꾼> 에 나오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도

" 나 역시 위대한 개츠비에 미쳐 있었다."
라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3번째 읽고 나면 와타나베 선배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또, 홀든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쯤이면 왜 개츠비가 위대한지도 알 수 있을까.....? 

생각난김에 홀든이 나오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 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부두 끝에서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그 꿈이 이미 자신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너머 광막하고 어두운 어떤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라지 못했던 것이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별로 문제 될 것은 없다ㅡ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유난히 번역본이 많이 나와있어서 어떤걸 사야할지 고민하다가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민음사와 문학동네를 직접 서점에서 비교해본 결과
민음사 김욱동 번역본이 더 원작에 가깝다고 느껴졌기에 이걸로 구입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문학동네 김영하 번역본도 읽어보고 싶긴하다.
솔직히 문학동네 책 표지가 더 이쁘긴 하더라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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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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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산 신경숙 작가님의 두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이 책을 더 나중에 읽은 이유는 그저 단순하다.

난 <신사의 품격>에서 '최윤♡임메아리 커플'을 가장 좋아했기 때문에,

그냥 좀 더 아껴두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순서상 나중에 읽었다.ㅋ

 

그러나 아무리 최윤♡임메아리 커플과 관련된 책이라 할지라도,

잔잔하고 조금은 지루한(?) 작가님의 문체가 장편으로 씌여진 책이다보니

솔직히 책의 줄거리 자체가 그다지 재밌지는 않았다.

내가 공감할 수 없는, 죽음과 관련된 너무나 큰 아픔의 상처를 가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여서 그랬던 이유도 크다.

 

근데,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왠지 모를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어디서 느꼈던 거더라?

하고 생각해보니,

최근 10여년만에 다시 재개봉해서 봤던 영화 <러브레터>를 봤을때의 느낌이었다.

 

<러브레터>라는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꽂혀진 도서카드 뒷면에 그려진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했던 것처럼,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소설 속에서도 이런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그들이 헤어진 뒤 8년만에 윤이가 봉인된 명서의 노트 맨 뒷면을 돌려보았는데, 거기에

언.젠.가.언.젠.가.는.정.윤.과.함께.늙.고.싶.다.

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저 그들의 청춘 한켠에 있었던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새드엔딩일줄 알았던 소설이

조금은 설레일 수 있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려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윤과 명서는 아마도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라

윤교수님이 얘기한 크리스토퍼와 아이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을.잊.지.말.자.

내.가.그.쪽.으.로.갈.게.

를 항상 속삭이면서...

 

 

팔 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그냥 흘러가는 법 또한 없다.
팔 년 만에 전화를 걸어온 그에게 어디야? 하고 담담하게 묻는 순간,
이제 내 마음속에 그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쌓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아 있는 격렬한 감정을 숨기느라 잘 지내고 있는 시늉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정말 담담하게 그에게 어디야? 하고 묻고 있었으니까.
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나를 무작정 걷게 하던 그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은.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아픔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견딜 만해졌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른다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물살에 휘말려 헤어나올 길 없는 것 같았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이렇게 증명되기도 하나 보다.
이 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가장 큰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지금 충만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모두 적절한 말이다.
어떤 이에게는 견딜 힘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겸손할 힘을 줄 테니까.

 

 

그래도 언젠가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눈 내리는 새벽에 이 책상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가만히 엎드린 채

눈을 감고 싶다.
그게 지상에서의 나의 마지막 모습이었으면 한다.

 


그날 채플시간에 또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학생은 나의 이십대 시절에 비추어 지금 이십대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학생들 사이에 앉아 있는 유선의 눈을 스쳐 지나 질문한 학생을 바라보았다.
수줍을 타는지 질문하는 학생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도 모르게,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잊.지.말.자,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학생들이 와아, 하고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내말이 끝난 줄 알았다가 다시 이어지자 학생들이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은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신사의 품격> 속에서 이 소설책이 나오는 장면. 

 

 

 

 

서이수가 최윤에게 서점에 간 김에 생각나서 사왔다며 이 책을 선물로 주자, 최윤은 약간 당황한다.

그래서 서이수가 "왜요?" 라고 묻자, 최윤은 이렇게 답한다.

"저에게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있거든요." 라고.

그 전화벨 소리란 바로 메아리를 두고 하는 말...ㅎㅎㅎ

  

 

해피엔딩. 완소커플.

최윤♡임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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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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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벚꽃이 흩날리던 배경 속, 한 드라마에 빠졌었던적이 있다.

이 드라마가 어찌나 고품격이었던지,
난 그 뒤로 다른 모든 드라마가 시시하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다른 드라마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내가 다른 드라마를 끊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신사의 품격>이다.

 

 

 

  

1년이 지나 다시 벚꽃피는 계절이 돌아오니 이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신사의 품격 속엔 책이 여러권 나왔었다.
김하늘이 보던 <모르는 여인들>, <나는 기다립니다>,
김하늘이 김민종에게 선물했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김하늘이 제자에게 필사를 시켰던 <원더보이>, <칼의 노래>, <현의 노래>.

 

하나하나 읽어볼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 중에 신경숙 작가님 책 두 권만 먼저 주문해 보았다.

  

 

신경숙 작가님의 <모르는 여인들>은 드라마 속 김하늘이 가지고 다니던 책이다.
장동건을 기다릴 때, 맞은편 책상에서 읽고 있었는데
그 때 장동건이 책 읽는 김하늘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ㅋ

 

 

 

이 책은 또 한번 등장했었다.

김하늘이 자기도 모르게 녹음기용 만년필을 가방에 넣어왔다가 장동건이 돌려달라고 하자,

난 절대 가지고 가지 가지 않았다며
그 만년필을 내가 훔쳤는지 안훔쳤는지 똑똑히 보라며 가방을 통째로 쏟아부었을 때도
가방 속에는 이 소설책이 있었다. ㅎㅎ

 

 

이렇게 드라마 속에 깨알같이 등장했던 <모르는 여인들>은 단편소설 7개를 엮어놓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인물 속으로 빠져들기에는 분량이 짧아서
몰입하려고 보면 끝나버리기 일쑤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단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책은 각기 다른 7개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압축된다고 느껴졌다.

사랑, 이별, 외로움, 누군가와의 소통, 화해...

 

이렇게 다른 단편이 하나의 메시지로 독자에게 와닿은 이유는 바로
신경숙 작가님이 지난 8년동안 가장 침울했을 때나 내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동시대로부터 혹은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마음이 훼손되거나 쓰라림으로 얼룩지려고 할 때마다

묵묵히 써놓은 이야기를 묶어 놓았기 때문인가 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하나의 과정인거고,
분명한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


그리고 나 혼자만 겪는게 아니기 때문에
나와 친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혹은 이러한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 받으며
어느 순간 힐링이 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살려면 사흘 동안 연락이 끊겼을 때 전화를 걸어올 사람이 적어도 다섯 명은 되어야 한다,

는 글을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잊히지 않는 구절이다.

 

 

나는 늘 어제보다 오늘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60년대보다는 70년대가 나았고 80년대보다는 90년대가 나았고, 그리고 지금이 낫다고.
개인적으로도 이십대보다는 삼십대가 좋았고 삼십대보다는 사십대가 된 지금이 나쁘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졌다는 것.
그토록 막연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런 감정들이 모두 다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으련만 마음이 연애감정에서 멀어지자 자유로워졌다.

쓸쓸한 자유.

그 자유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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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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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병원 책상위에 올려놓고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하루는 교수님이 들어오셨다가 이 책을 보시고는
"왜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고 있노.."
라고 한마디 하고는 나가셨다.
휴...다행이다. 나만 어려운게 아니었구나..ㅠㅠ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어려울 수도, 쉬울수도 있는 책이다. 

 

단지 4명의 주인공의 연애소설로만 봤을 때는 쉬울 수 있다.

토마시와 테레사,

사비나와 프란츠의 이야기.

(다만, 나로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들뿐이었지만.)

 

그러나 제목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어렵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니...


우리의 존재를 가볍다고 한 이유는 바로 영원히 회귀될 수 없는,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이기 때문이다.

즉, 인생은 한 번 뿐인거고, 두 번 다시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없다.

만약 인생에서 두 번이상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라고 기정 사실화 되어있다면 누가 열심히 살겠는가?
지금 열심히 하지 않아도 기회는 또 있을테니.
그러나, 인생은 한 번 뿐.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만나 본 사람 중에 누구랑 결혼을 했어야 가장 옳은 선택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지금 난 A씨와 결혼하지만 이전에 헤어진 B씨가 최고의 배우자였을 수도 있고,
아직 만나지 못한 C씨가 최고의 배우자일 수도 있지만,
지금이 결혼적령기이기 때문에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할 수 밖에 없는거라고.
즉, 누가 나의 진짜 인연인지는 아직 인생을 다 살아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고.
이럴수가... 우린 누가 진정 나의 운명의 상대인지 죽기 직전까지 알 수 없단 말인가?


그러나 이 또한 생각하기 나름일테니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금 만나고 있는, 혹은 나의 배우자가 내 운명이라고 믿으면 된다.
인생은 가벼운거니까 무겁게 자신을 가두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행복을 찾으면 되는거니까. 

 

 

 

몇년 뒤에 내가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 좀 더 큰 깨달음을 얻어 별점을 더 주고 싶은 책이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재,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역사도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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