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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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벚꽃이 흩날리던 배경 속, 한 드라마에 빠졌었던적이 있다.

이 드라마가 어찌나 고품격이었던지,
난 그 뒤로 다른 모든 드라마가 시시하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다른 드라마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내가 다른 드라마를 끊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신사의 품격>이다.

 

 

 

  

1년이 지나 다시 벚꽃피는 계절이 돌아오니 이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신사의 품격 속엔 책이 여러권 나왔었다.
김하늘이 보던 <모르는 여인들>, <나는 기다립니다>,
김하늘이 김민종에게 선물했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김하늘이 제자에게 필사를 시켰던 <원더보이>, <칼의 노래>, <현의 노래>.

 

하나하나 읽어볼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 중에 신경숙 작가님 책 두 권만 먼저 주문해 보았다.

  

 

신경숙 작가님의 <모르는 여인들>은 드라마 속 김하늘이 가지고 다니던 책이다.
장동건을 기다릴 때, 맞은편 책상에서 읽고 있었는데
그 때 장동건이 책 읽는 김하늘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ㅋ

 

 

 

이 책은 또 한번 등장했었다.

김하늘이 자기도 모르게 녹음기용 만년필을 가방에 넣어왔다가 장동건이 돌려달라고 하자,

난 절대 가지고 가지 가지 않았다며
그 만년필을 내가 훔쳤는지 안훔쳤는지 똑똑히 보라며 가방을 통째로 쏟아부었을 때도
가방 속에는 이 소설책이 있었다. ㅎㅎ

 

 

이렇게 드라마 속에 깨알같이 등장했던 <모르는 여인들>은 단편소설 7개를 엮어놓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인물 속으로 빠져들기에는 분량이 짧아서
몰입하려고 보면 끝나버리기 일쑤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단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책은 각기 다른 7개의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로 압축된다고 느껴졌다.

사랑, 이별, 외로움, 누군가와의 소통, 화해...

 

이렇게 다른 단편이 하나의 메시지로 독자에게 와닿은 이유는 바로
신경숙 작가님이 지난 8년동안 가장 침울했을 때나 내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동시대로부터 혹은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마음이 훼손되거나 쓰라림으로 얼룩지려고 할 때마다

묵묵히 써놓은 이야기를 묶어 놓았기 때문인가 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하나의 과정인거고,
분명한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


그리고 나 혼자만 겪는게 아니기 때문에
나와 친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혹은 이러한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위로 받으며
어느 순간 힐링이 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살려면 사흘 동안 연락이 끊겼을 때 전화를 걸어올 사람이 적어도 다섯 명은 되어야 한다,

는 글을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잊히지 않는 구절이다.

 

 

나는 늘 어제보다 오늘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60년대보다는 70년대가 나았고 80년대보다는 90년대가 나았고, 그리고 지금이 낫다고.
개인적으로도 이십대보다는 삼십대가 좋았고 삼십대보다는 사십대가 된 지금이 나쁘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연애감정에서 멀어졌다는 것.
그토록 막연하고 불안하고 죽을 것 같은 고통스런 감정들이 모두 다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으련만 마음이 연애감정에서 멀어지자 자유로워졌다.

쓸쓸한 자유.

그 자유가 나쁘지 않다.

 

*** 낭만다람쥐의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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