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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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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독히도 선명한 포스터 물감과는 확실히 다르다.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 눈물을 쏙 빼놓는 감동, 이런 수식어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책의 소재는 흔하디 흔한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 친구와 가족 혹은 유년시절의 기억들이다. 그런데 그다지 상투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은, 사실 별다르게 잘 그린 것 같지 않다. 과감한 생략으로 그리 친절하지 않은 묘사도 그렇다. 동그란 얼굴 안에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파스텔 톤의 그림에는 따스함이 배어있다. 여린 심성의 서글서글한 파페, 뽀글뽀글 파마머리의 귀여운 포포, 지나가는 배경까지도 무척 서정적이다. 그리고 사랑스럽다. 이 단순한 그림을 오래 보고 있으면 햇살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자신의 모습이 '파페'에 담겨있다고 했다. 그가 좋아하던 그녀는 '포포'에 투영되어 있단다. 그의 기쁘고 슬펐던 기억들은 그대로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얼마 안되는, 끄적거려놓은 낙서같은 글에서 솔직함이 묻어난다. 거기엔 그의 심리학적 식견이 녹아있기도 하다. 두어 번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차마 꺼내지 못했던, 어쩌면 나도 알아채지 못한 내 안의 숨은 진심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사실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옛 기억에 돌아보는 이의 통찰과 애정을 더한 이 책은 파스텔을 닮았다. 무언가를 추억하게 하는 참으로 여린 그 빛깔. 그처럼 부담없이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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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지음 / 이레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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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소식이 전해지고, 그렇게 '자살'이 단연 화두로 떠오른 이 즈음.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해, 라고 읊조리는 사람이 또 있다면, 난 그 사람에게 성경책과 함께 이 책을 건네주고 싶다. 애초에 눈물 없이 이 책을 볼 생각은 말자. 도대체 어떤 신파극이 펼쳐지길래 그러냐고? 신파극과는 비교할 필요가 없는, 이건 '실제 상황'이다. 23살 꽃다운 나이에 '1등 화상'을 입고, 어린 아이에게조차 '괴물' 소리를 들어야 했던 글쓴이의 이야기를, '어쨌든 극복하고 잘 산다는 어디서나 보는 휴먼 스토리 아니냐'고 단정 짓지 마시길.

자신에게 질문해 볼 일이다. 그녀처럼 바닥까지 내려가는 절망 가운데 몸부림쳐 보았는지. 억지로 웃고자 하였지만 그게 쉬웠는지. 진정한 행복을 고통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지. 죽음의 시련 가운데 그녀가 붙든 건 '희망', 그리고 그것의 근원 되시는 하나님의 손이다. 고난이 축복이었노라고, 고난을 통하지 않고는 가질 수 없는 열매를 가졌노라고 고백하는 그녀의 모습은 세상 그 어느 미인보다 아름답다. 어떻게 그런 고백이 가능하냐고? 이미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불가능하다. 그녀를 사랑하는 그 분의 '섭리'는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 진심으로 감사하게 된다. 그 감사는 상대적으로 그녀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안도감에서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나를 지키시는 이가 있다는 것과, 내 삶에 대해 불평만 했는데 오히려 가진 것이 너무도 많다는 깨달음에서 온다. 고난에 오히려 축복이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그녀의 온몸으로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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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X 파일
이가은 외 / 다림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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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 치고는 수상한(?) 제목과 어떤 미스터리가 담긴 듯,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표지 디자인. 호기심 많은 나는 덜컥 책을 구입한다. 책의 내용을 '역사 속의 숨겨진 이야기'쯤으로 단정짓고 서문을 열자 글쓴이는 이내 'x파일'의 의미가 숨겨진 비화가 아니라 '중요한 질문들'을 뜻한다고 못박아 둔다. 이 중요한 질문들은 세계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필요하다는 것.

이 책의 구성은 앞서 말한 '질문들'-무려 80여가지에 이르는-과 그에 대한 답변이 많아야 서너 페이지에 걸쳐 제시되는 형식이다. 질문이란 것은 대체로 이런 것들인데-'기독교가 어떻게 로마의 국교가 되었나?', ' 바이킹은 정말 해적이었나?', '좌파, 우파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났나?', '이탈리아의 통일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채플린은 공산주의자였나?'- 보시다시피 세계사 전체를 통과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내며, 또한 재미있다.

함무라비 법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닉슨 대통령에 이르러서야 끝맺음을 하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질문은 역시나 이 방대한 세계사의 강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짚고 있다. 답변은 명쾌하고, 한 장이 짧으니 나눠 읽기도 편하고,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책으로 흐뭇한 역사 여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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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시한편
박은서 엮음 / 주변인의길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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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선물하기 좋은 책이고, 또 선물 받고 싶은 책이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시를 나누며 정신적으로 교감한다면 그 우정과 사랑이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깔끔하고 단아한 외형부터 참 예쁜 시집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 안의 시들도 그러하다. 사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의 시를 모았는지 짐작할 수 없는데, 대부분 시의 주제는 만남과 사랑, 그리고 그리움이다. 도종환, 신경림, 서정주, 김용택, 김남조 등 한국작가의 시와 괴테, 랭보, 버지니아 울프. 릴케 등 외국작가의 시가 같은 비율로 실렸다.

개인적인 경험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므로 모든 시가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편의 시 중에서 마음을 울리는 시를 발견할 때의 희열이란. 시를 이루는 보석같은 언어들, 시에 흐르는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헤아리면서 살아있는 시를 느껴보는 것이다. 내겐 마종기의 '우화의 강1', 이외수의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칼릴 지브란의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눈물을 갖기 원합니다'등이 그러했다.

평소 시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 받고 교과서에서 시를 대할 때와는 달리 설레는 마음으로 읽던 책이다. 버스 안에서 틈틈히 읽는 것으로도 한 권을 금방 보는데 무리가 없다.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시는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감정이 넘치고, 닭살마저 돋는 소위 '연애시'를 좋아하지 않아서 연애편지에 쓰면 꼭 맞을 몇몇 시들이 그리 살갑진 않았지만, 반대로 연애편지에 쓸 시를 찾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만한 것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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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여자 명진 읽어주는 시리즈 1
한젬마 지음 / 명진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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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무슨 주의와 표현기법 외우기에 골몰하여 미술을 '공부'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시험을 위한 그 때의 노력조차 어렴풋하고 팔레트에 물감을 짜던 기억 또한 아련하다. 지하철 역에서 혹은 식당 벽에서도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이 그림이건만 어쩐지 그것은 고매하게만 느껴져 화가와 소수 애호가들의 것인양 치부되기 일쑤다.

관심은 있었지만 일상에 밀려 전시회에 발길 닿는 것도 쉽지 않았기에 그림을 '읽어준다'는 책 제목에 혹해버렸다. 다양한 그림을, 풍부한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을 거란 기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초의 그런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그림에 대한 한젬마 개인의 느낌과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집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림공부하겠군'하고 책을 열었다가 의도치 않게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카페에서 그윽한 향의 커피를 마시며 벽에 걸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해 보자. 더구나 같이 있는 친구가 그림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가슴으로 느낄 줄 아는 감성을 지녔으며, 무엇보다 그림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장면 자체가 근사한 풍경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풍경 같은 책이다. 한젬마는 그림을 통해 생각하고, 말하고, 일상을 느낀다. 어느 미술평론가의 말처럼 그림을 모닥불 삼아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다. 그야말로 그녀에겐 그림이 대단한 예술적인 무엇이 아니라 그냥 '삶'이다. 그녀의 눈길이 닿은 그림을 살펴보며 그림에 대한 친근감과 애정을 쌓아가는 건 어떨까.

저자 사진이 박힌 겉장의 디자인과, 여백을 두고 적당히 어우러진 글과 그림의 편집은 미술 관련책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첫장부터 천천히, 자유롭게, 작가와의 교감 혹은 혼자만의 특별한 느낌을 즐겨보자. 책의 한 켠에 걸린 그림을 먼저 보고, 그녀의 이야기와 내 생각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애정이 생길수록 알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도록 그림에 대한 해설이 좀 더 풍성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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