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시한편
박은서 엮음 / 주변인의길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선물하기 좋은 책이고, 또 선물 받고 싶은 책이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시를 나누며 정신적으로 교감한다면 그 우정과 사랑이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깔끔하고 단아한 외형부터 참 예쁜 시집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 안의 시들도 그러하다. 사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의 시를 모았는지 짐작할 수 없는데, 대부분 시의 주제는 만남과 사랑, 그리고 그리움이다. 도종환, 신경림, 서정주, 김용택, 김남조 등 한국작가의 시와 괴테, 랭보, 버지니아 울프. 릴케 등 외국작가의 시가 같은 비율로 실렸다.

개인적인 경험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므로 모든 시가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편의 시 중에서 마음을 울리는 시를 발견할 때의 희열이란. 시를 이루는 보석같은 언어들, 시에 흐르는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헤아리면서 살아있는 시를 느껴보는 것이다. 내겐 마종기의 '우화의 강1', 이외수의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칼릴 지브란의 '사랑은 아픔을 위해 존재합니다''눈물을 갖기 원합니다'등이 그러했다.

평소 시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 받고 교과서에서 시를 대할 때와는 달리 설레는 마음으로 읽던 책이다. 버스 안에서 틈틈히 읽는 것으로도 한 권을 금방 보는데 무리가 없다.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시는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감정이 넘치고, 닭살마저 돋는 소위 '연애시'를 좋아하지 않아서 연애편지에 쓰면 꼭 맞을 몇몇 시들이 그리 살갑진 않았지만, 반대로 연애편지에 쓸 시를 찾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만한 것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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