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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자이언츠가 온다 - 세상을 바꾸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
보 벌링엄 지음, 김주리 옮김 / 넥스트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기업이라면 당연히 '성장'이 최대의 목표가 아닐까? 그런데 이 '성장'이라는 당연하고 보편적인 목표를 포기하고 자기만의 길을 걷겠다는 회사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 회사들은 그들만의 '탁월함'을 유지하며, 지역사회에서 인정 받고 매출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직원들도 대부분 회사를 좋아하고 만족하며 다닌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 된 기업들이다.
포브스지의 기자인 저자는 이러한 특별한 가치관을 가지고도 '탁월함'을 유지하는 기업들을 조사하고 그들이 그러한 길을 선택한 이유, 그들만의 특별함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그들을 "small giants"라고 지칭했다. 이 책은 작은 거인 14개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2006년에 출판된 <스몰 자이언츠>라는 기업의 10주년 기념 개정판이다. 해당 기업들의 그 동안의 변화들을 추적하고 업데이트를 반영한 책이다. 2006년 당시 이 책에서 거론된 기업들이 10년도 지난 지금까지 생존해있을까? 답은 그런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성장을 추구하며 규모를 자랑한 거대 기업들 중에도 생존한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으니까.
저자가 '작은 거인'을 선정한 기준
첫째, 회사를 설립하거나 소유한 당사자들이 '중대한 결정'을 내렸고(즉, 훨씬 더 빨리 성장하거나, 상장하거나, 거대 기업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의식적으로 택하지 않은 회사들), 둘째, 해당 업계에서 존경을 받으며 다른 회사들이 모범으로 삼고 싶어하는 기업들이고, 셋째, 뛰어난 성과와 탁월함으로 다른 업계에서도 인정받는 회사들이다. 그 이외에 규모의 측면에서 '연 매출' 대신 '직원 수'의 측면에서 '인간적인 규모'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즉, 모든 직원들이 서로 친밀하게 느끼고 회사 경영자가 언제든 직원들과 만날 수 있는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맺는 조직이다. (13쪽 참고)
선택, 신념 그리고 영혼을 지닌 비즈니스
창립자는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의 신념을 잃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 신념이란 지역사회와의 밀접한 교류, 고객과의 친밀감, 직원들 간의 팀워크,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유지를 의미했다. 향후 15년 동안 회사가 계속 성장하더라도, 회사는 그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소규모 사업들의 집합체로 남기로 결정한다. (55쪽 참고)
환경과 배경, 업종은 각양각색이지만 매출이나 물리적 성장보다 다른 목표를 우선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회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그것'이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영혼" 혹은 "마법"이라고 지칭한다.
작은 거인 중 하나인 레스토랑 체인 USHG의 대니 메이어는 "그것"은 "영혼을 지닌 비즈니스"라고도 부른다. 기업이 지닌 '영혼'이 비즈니스를 탁월하고 가치있게 만든다. '내가 세운 가치는 무엇이며, 그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 가치에 대한 내 관점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규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 처음에는 경영자의 독백으로 시작되지만 점차 대화가 되고, 또 의미있는 진정한 대화로 변모한다. 계속 사용해서 익숙해져야 한다. 영혼이 생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반드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3쪽 참고)
작은 거인이라 불리우는 회사들의 공통점
첫째, 창립자들과 리더들은 보편적으로 기업들에게 주어진 선택을 거부했다. 사업 성공에 대한 일반적 정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모두에게 익숙한 것이 아닌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고 추구했다.
둘째, 리더들은 성장에 대한 주변의 엄청난 압박을 극복해냈다.
셋째, 자신의 사업이 뿌리 내린 지역사회와 대단히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넷째, 고객과 공급업체들과의 직접적인 접촉, 일대일 상호 교류, 서로 약속을 이행하는 데 충실한 태도 등을 토대로 이례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리더들이 가장 먼저 모범을 보였다.
다섯째, 사회의 한 개체로서 직원들이 필요로하는 광범위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작은 사회와 같은 기능을 했다.
여섯째,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고안해낸 다채로운 기업 구조와 경영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회사 리더들은 회사가 하는 일에 대단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의 분야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사랑했다. 모두 훌륭한 사업가지만, 전문 경영인은 아니다. (25~28쪽)
깨어있는 서비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으 고객에게 "깨어있는 서비스(enlightened hospitality)"제공하는 레스토랑 USHG의 창립자 대니 메이어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유량 기업의 조건 / 톰 피터스>는 "위대한 기업을 만든 사람들은 반드시 어리석다고는 볼 수 없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바로 메이어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깨어있는 서비스'다. 이 깨어있는 서비스'는 손님들이 느끼는 감정적 측면의 기술이다. 바로 '손님들이 우리가 그들 편이라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라'는 catchphrase를 가지고 손님들을 대한다.
그의 레스토랑에서는 두 가지 디저트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고심하는 고객이 있다면 두 번째 디저트는 무료로 제공한다던지, 고객이 식당에 가방을 놓고 갔을 떄 다시 가지러 올 떄까지 기다리는 대신 택배사를 통해 돌려주는 경우,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27번 테이블에서 아내에게 이벤트를 하는 고객을 위해 테이블에 장미꽃을 꽂아두는 세심한 직원이 되라고 교육하기도 한다. (158-159쪽 참고)
살면서 이런 레스토랑, 이런 기업을 만난다면 당장 충성고객이 되지 않겠는가. 한시가 급하게 입소문을 내고 이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이런 고객 감동 경험을 해 보았던 일을 생각해보자니 애석하게도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기업이 아닌, 내가 다녔던 학교의 교수님들에게서 이런 대우를 받았던 적이 있다.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고 진심으로 사랑해 주셨던 교수님들의 마음은 졸업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전해진다. 아마 내가 그 분들로부터 느꼈던 그 감동이 고객들이 작은 거인들에게서 느낀 감동과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감정에 대한 경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인생의 큰 축복이다)
만약 사업을 한다면 이들처럼 하고싶다. 작지만 힘이 있는 회사, 철학과 신념이 있는 회사말이다. 바라만 보아도 이야기만 들어도 훈훈하게 만들고 이 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경영자가 철학이 확고한 기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저자가 짚어준 이 작은 거인들의 특징 중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성장의 길, 대세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성장이라는 것은 기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배워왔고, 당연한 부분이다. 하지만 성장을 택하게 되면 외부 자본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주주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수익 극대화가 우선순위가 되며, 의사결정 권한이 분산되면서 회사는 창립 초기의 철학과 신념을 지키기가 어렵다. 이로 인해 성장 대신 작은 규모를 유지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작은 거인들이 택한 가치는 기업 뿐 아니라 우리 개인에게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일 때가 있다. 이때 작은 거인들이 했던 선택과 같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 소중한 것을 선택하고 집중할 줄 안다면 분명 이는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나 자신에게도 충족감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회사에게도, 사람에게도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의 힘, 철학이 담긴 회사,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회사든, 사람이든 그 안에 어떠한 철학이 있을 때 '깨어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고, 그 분야에서 탁월하게 되며, 주변 사람들 (회사에서는 직원들, 개인에게는 가족과 지인들)을 소중히 여기는 삶이 된다. 그리고 그런 삶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만약 나중에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 책을 다시 꺼내볼 것이다. 이 책에 나온 회사들의 신념을 기억하며 꼭 이러한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