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습
충무로, ‘웃음’과 ‘기본’으로 맞서라
‘슬램덩크’라는 만화를 기억하시는지. 전국최강 산왕공고와의 마지막 시합.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기 직전 주인공 강백호의 슛이 승부를 가른다. 골대가 부서질 정도의 강력한 덩크 슛도, 화려한 기술도 없는 평범한 ‘뱅크 슛’. 승부의 갈림길에서 그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몇 천 번씩 연습해서 몸에 익은 간단한 슛 동작이다. 외화 폭풍 속에서, 한국영화가 날리는 슛은 어떤 것인지, 그 ‘체화된’ 몸짓을 가만히 지켜보자.
임창수 대학생기자 / tangerine51@nate.com

5, 6월 극장가, 그 화려한 향연
5, 6월의 극장가 라인업은 그야말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잔치’다. 세계 영화역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쏟아 부었다는 <스파이더맨3>는 말할 것도 없고, 능글맞은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까지 귀환한다. 전작에 비해 볼거리도 늘어났다. 거미인간은 모래인간에 그린 고블린2에다 희대의 라이벌 베놈까지 상대할 예정이라고 하고, 세상의 끝을 찾아 모험을 떠난 해적들은 동양해적 ‘주윤발’과 맞딱뜨린다니 ‘형 만한 아우 없다’는 말도 쑥 들어가게 생겼다.
블록버스터 속편들의 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터는 것 하나는 이골이 난 오션스 일가는 ‘알파치노’에 ‘안젤리나 졸리’까지 가세해 13명으로 불어났고, 명절이면 지겹게 특집으로 틀어주던 <다이하드>도 새 시리즈가 나온단다.
작정한 듯 계속해서 쏟아지는 기대작들의 향연.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진 초록피부의 괴물 <슈렉3>에다 로봇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또한 공습 채비를 갖추고 있다. 덕분에 한국의 극장가는 지금,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칠 헐리우드의 맹공, 그 직전의 폭풍전야다. 부딪히고 싶지 않은 상대들이 넘쳐나는 상황. 국내영화로서는 최악의 대진이다.
충무로의 승부처, ‘웃음’
많은 영화들이 추석께로 개봉을 미루거나 시사회까지 전격 취소하는 가운데, 유독 이 시기에 개봉을 예정한 ‘당찬’ 한국영화들이 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폭풍 속에서 정면승부를 선언한 충무로의 보루들. 그 면면을 들여다 보자니, 믿고 있는 바는 특유의 ‘해학’과 ‘웃음’이다.
<이대근, 이 댁은>과 <못 말리는 결혼>은 일단 장르적 특성으로 치고 들어가는 양상을 보인다. 날고기는 외화들도 한국인들만이 공감할 특유의 웃음코드는 따라잡지 못한 바, 한국 코미디 특유의 맛을 살려서 관객들을 유혹한다는 포부다. 캐스팅부터 심상치 않다. ‘이대근’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한국인만이 공감할만한 ‘포스’. 거기에 콩가루 집안의 끝을 보여주겠다는 이 영화. <거침없이 하이킥>마냥, 사연 많고 개성강한 가족들의 면면으로 ‘엽기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겠단다.
<못 말리는 결혼>의 ‘임채무-김수미’라인도 빼놓으면 섭하다. 코믹연기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중인 두 중년배우인 만큼, 이들이 풀어갈 해학과 웃음 또한 기대되는 것이 당연지사. 얼핏 <가문의 위기>를 떠오르게 하는 험난한 결혼여정. 달라도 다른 두 가족의 사돈 맺기 프로젝트와 엽기적인 문제적 가족의 비밀. 외화의 폭풍 속에서, 이들의 포부대로 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 수 있을지. 그 정면승부의 승패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듯 하다.

‘기본’으로 급소를 노린다
흥행 면에서도, 작품 면에서도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한 한국영화. 그리고 성급한 도약으로 성장통을 앓고 있는 현재 상황과 블록버스터 외화들의 역습. 이제 한국영화는 무엇보다 재미와 감동, 진정성과 여운 등 영화의 ‘기본’이라 할만한 것들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충무로가 꺼내든 ‘기본’의 카드는 다름아닌 Secret Sunshine, <밀양>과 화제 속에 드라마로도 방영된 <황진이>다.
<밀양>은 더없이 잔잔하고 평온하다. 영화의 담담한 시선은 우리의 삶과 너무도 가까이 맞닿아 있다. 남편을 잃고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신애와 그런 신애를 말없이 지켜보며 눈 속에, 마음속에 담는 종찬. 이창동 감독은 영화적 장치나 특별한 기교대신 ‘기본’으로 절절한 사랑과 인생을 풀어낸다. 김빠진 거품을 한껏 걷어낸 <밀양>은 그 기본과 본질에 충실한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은은히 뿜어낸다. 현실 속 우리의 이웃과 꼭 닮은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다름아닌 ‘송강호’, ‘전도연’이 연기했기에 더욱 더 와 닿는다.
‘16세기를 살다 간 21세기 여성’ 황진이를 품은 영화 <황진이> 역시 창작과 비평사의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북한작가 홍석중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탄탄한 기본 위에 그 뿌리를 내렸다. 북한상영이 벌써부터 추진되는 등, 영화 <황진이>는 단연 2007년 한국영화 최고의 기대작중 하나다. 여타의 사료나 소설 등의 내용과는 달리, 홍석중의 ‘황진이’는 ‘놈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놈이와의 사랑을 통해 당시 신분구조의 불합리는 물론, ‘시대에 맞서는’ 인간 황진이를 그려냈다. ‘황진이’라는 이름에서 느끼는 전형성과 식상함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을 듯. 인간 본연의 사랑과 그에 따른 투쟁. 이것이 영화 <황진이>가 초점을 두고 있는 핵심이며, 영화적 영화로서의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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