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그러나 치명적인
제2회 여성인권영화제
세상이 평화롭고 고요하게 느껴지는 건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따분한 패턴의 하루 탓이다.마치 새 것과 같은 장판을 들추었을 때 바닥에 잔뜩 서린 곰팡이처럼, 쉽게 발견되지 않지만 분명히 우리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 오히려 언급하기조차 껄끄러운, 그러나 너무나 치명적인 ‘문제들’이 존재한다.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제가 개최되는 이유다.
유진주 대학생기자/sappy27@naver.com

여성의 인권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 확실하다.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의 비율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남성보다 우월성을 나타내는 엘리트 소녀들을 가리키는 ‘알파걸’ 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오늘날 여성들의 입지는 견고졌다. 여성가족부 출범, 가정 폭력 방지법, 성폭력 특별법, 성매매 방지법 등 제도적 차원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에게 수없이 많은 물리적?정신적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80%에 육박하며 결혼한 부부 중 30%가 아내 구타를 경험하고,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20대 여성이 32.1%” 라는 수치는 슬프게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부분의 폭력 및 가해행위가 ‘친밀한’ 사람들에게서 일어난다는 것은 이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제 2회 여성인권영화제는 3개의 주제에 따라 7개국 33개의 작품을 상영하며 여성 폭력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특별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제 59회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과 6명의 여자배우들이 여우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과 서울여성의전화에서 제작한 제1회 여성인권영화제 폐막작 <앞치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첫번 째 섹션인 ‘나, 마주하다’에서는 엄연한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친밀한 사이에서 일어나기에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관한 <친밀한 강간> 외 7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는다. 공통적으로 폭력이 아니라고 이야기되지만 분명히 폭력적이었던 불쾌한 경험을 다루고 있다. ‘오늘, 피어나다’ 섹션에서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들의 당당하고 힘찬 이야기를 담았다. 개막작 <가정폭력을 말하라>는 10명의 감독이 만든 단편 모음으로 각 단편이 끝날 때 "가정폭력에 대해서 말하십시오, 당신은 이미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라는 슬로건이 스크린 위에 나타난다. 이는 여성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자세를 취할 것을 권고하는 여성인권영화제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영화제 정보
기간 5월 16일~19일
장소 아리랑 시네센터
홈페이지 www.fiwom.org
예매 1인 3천원 (개,폐막작 포함)
http://camhe.com/default.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