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 겨울, 그리고 다시 봄
| ‘아무도 모르게(Le Petit amour)’의 줄리앙과 마리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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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입니다. 며칠 새 개나리꽃이 화사하게 피었더군요. 겨우내 이렇게 따스한 햇살과 꽃들이 만발할 날만을 기다렸건만, 올해도 어김없이 불현듯 찾아온 봄에 마냥 기쁘진 못했습니다. 저같이 갑작스러운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은 때때로 이러한 변화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법이거든요. 계절이, 시간이 쉽게 지나가듯 이번만은 아닐 거라 생각했던 사랑도 쉽게 지나가는 걸 봤습니다. 아네스 바르다 감독의 ‘아무도 모르게’가 그런 영화였어요. 마흔 살 이혼녀가 열네 살짜리 중학생과(그것도 친딸의 동급생인!) 불같은 사랑의 열병에 빠진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스토리의 영화였죠. 관심이 갔던 건 여성에 대한 일방적 환상을 가지고 있었을 마티유가 아니라, 마리 제인이었습니다. 두 딸이 있고, 깨어진 사랑에 대한 아픔도 간직하고 있었을 그녀가 다시 사랑하는 걸 보게 되는 것이 두렵더군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줄리앙과의 사랑은 처음부터 막다른 골목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와 같았으니까요. 기약 없는 시작이었듯, 이별 역시 갑작스레 옵니다. 줄리앙과의 연애 사실이 알려진 마리 제인은 모든 걸 잃고, 줄리앙은 시간이 지난 후 그녀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지요. “돈 많고 발이 크고 가슴이 밋밋한 여자와 사귀었지. 딸이 둘 있었고 내게 푹 빠졌지만 나는 그냥 그랬어.” 사랑했던 방식이 달랐던 것처럼, 추억은 서로에게 다르게 적힙니다. 쿵푸 마스터를 즐겨했던 소년은 끝내 공주를 구출했고, 구출된 공주는 더 이상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어져버린 겁니다. 그렇게 사랑은 싹트고, 열매를 맺고, 집니다. 하지만 봄날이 갈 것을 알면서도 봄의 찬란함을 사랑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시들게 될 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을 합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군요. 그래서일까요, 마리 제인이 딸에게 불러주었던 ‘솔베이지의 노래’ 가사가 자꾸만 제 귓가에 울리는 것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오겠지, 봄이 가고 여름이 오겠지, 그렇게 세월은 계속되고 당신은 내게 다시 돌아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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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