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늙고 가여운 헤밍웨이를 위한 미소
| ‘론섬 짐(Lonesome Jim)’의 짐과 애니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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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선물을 줘야할까 고민하는 것은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는 것만큼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물론 크기나 종류에 상관없이 그 선물은 아주 특별한 의미가 되겠지만, 내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면 필요 이상으로 신중해지기 때문이지요. 사랑의 크기가 선물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억지 섞인 의지를 불끈 솟아오르게 만드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 ‘론섬 짐’은 우리의 끝없는 고민을 불식시키는 아주 탁월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 전에 한 가지, 이 영화는 다수의 영화에 늘 조연으로 출연하지만 언제나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멋진 배우 스티브 부세미가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단 한번이라도 “난 내가 여기서 뭘 하는지 모르겠어. 이 지구상에서. 이 인생에서 말이야.” 라고 말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영화에 중독될 소지가 다분하니 조심하세요. 당신은 주인공 짐처럼 매우 ‘론섬(Lonesome)’한 사람이니까요. 당신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자기 연민으로 빠지기 전에 서둘러 이 영화를 챙겨봐야만 해요. 그럼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할게요. 주인공 짐은 산다는 것의 가장 끝엔 뭐가 있을까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면서 만성적인 실망에 둘러싸여 살아요. 세상을 향한 독기 서린 눈을 가진 것도 아니고, 울분이나 광기를 무기로 발악할 오기도 없죠. 그저 살아있음에 회의를 느낄 뿐. 애니카는 짐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의 외로움을 알아챘어요. 짐의 방에 붙어있는 많은 작가들의 사진을 보던 그녀가 버지니아 울프, 리차드 예이츠, 도로시 파커를 지나 유독 헤밍웨이의 사진에 시선을 한참동안 고정시킨 이유는 사진 속 헤밍웨이가 너무나도 늙고, 가여웠고, 바로 그것이 현재의 짐의 모습과도 일치했기 때문이었어요. 며칠 뒤 애니카는 짐에게 선물을 가져옵니다. 별거 아니라며 수줍게 웃던 그녀는 잡지에서 오려낸 ‘웃는 입술’을 헤밍웨이의 무표정한 얼굴에 붙여줬어요. 그녀는 그렇게 헤밍웨이에게, 아니 실은 짐에게 웃음을 건넵니다. 표정도 웃음도 없이, 자신을 애처로운 꿈을 지닌 슬픈 사람이라 생각했던 짐에게 작지만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거죠. 값비싼 선물도 아니고 거창한 포장도 없었지만 짐에겐 너무나 필요한 선물이었어요. 그녀는 짐이 행복하기를, 밝게 웃기를, 살아있음을 사랑하고 긍정하기를 바랐으니까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조용히 관찰해 보세요. 만약 그의 눈동자에서 외로움을 읽어냈다면 ‘늙고 가여운 헤밍웨이를 위한 미소’를 선물해 주세요. 이젠 당신이 웃게 해줘요. 애니카가 그에게 했던 것처럼, 당신의 그 혹은 그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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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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