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엄마와 딸
| 가을 소나타 Hostsonat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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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지나 간 후 갑자기 겨울이 됐습니다. 가을이 있기는 있었나요? 단풍은 빛을 발하지 못한 채 소리 없이 지나갔고 오슬오슬 감기만 걱정입니다. 연기처럼 사라진 ‘가을’을 보상받고 싶어서 ‘가을 소나타’를 골라봤어요. 만인의 여인 잉그리드 버그만이 암 투병 중에 출연하여 결국 그녀의 유작이 되었다는 점에서 조용히 유명세를 탄 ‘가을 소나타’는 제목과는 다르게 사실 그다지 낭만적인 가을 영화가 아닙니다. 반대로 겨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가을, 건조하고 침울한 그것에 더 가깝죠. 엄마와 딸은 7년 만에 재회하지만 반가움의 밑바닥엔 애증이 자리 잡고 있어 평온한 관계는 하루를 못 넘깁니다. 딸은 그동안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에 대해 말합니다. 아니, 그건 폭로에 가까웠습니다. “엄마에게 있어서 나라는 존재는 그저 시간 있을 때 잠깐 가지고 노는 인형이었어요. 내가 귀찮게 굴거나 아파서 칭얼댈 때면 항상 유모나 아빠에게 나를 건네 주었죠.” 사랑의 반대말을 무관심이라고 했던가요. 무관심은 애정결핍을 낳았고 애정결핍은 증오와 공포와 상처만을 남겼습니다. 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아내이자 페르소나인 리브 울만의 연기는 섬세하고도 사실적입니다. 엄마에 대한 태생적인 사랑과 후천적인 증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을 조용하게 짓누릅니다. 딸이엄마의 권유로 쇼팽의 전주곡(Prelude Op.28, no15 ‘Raindrop’)을 치지만, 곡에 대한 평가가 아닌 ‘네가 좋았어’라는 말로 교묘히 무시당하는 장면은 지금까지 그녀가 엄마에게 받았던 대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평범하기만 한 딸은 엄마를 실망시킨다는 두려움에 고통 받았고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그런 충돌이 상처를 낳았죠. 엄마와 딸의 미묘한 관계는 쇼팽뿐만 아니라 슈만의 피아노 독주(Piano Concerto in A minor, Op.54/1악장. Allegro affettuoso)에서도 드러납니다. 영화 후반, 유명한 바하의 무반주첼로곡에 이어 크레디트와 함께 들리는 헨델의 플롯 소나타(Flute Sonata in B minor Op.1)는 목관악기 특유의 촉촉하면서도 슬픈 선율을 들려주며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를 전달합니다. 크레디트가 오를 때의 붉은 배경은 마치 단풍을 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에요. 딸은 엄마에게 호된 분노를 드러낸 것에 후회하면서 편지를 보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엄마와 딸의 관계는 잘리지 않은 탯줄 같습니다. 영원히 연결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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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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