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열혈남아

감독 이정범
출연 설경구, 나문희, 조한선
장르 드라마
시간 118분
개봉 11월 9일

Synopsis
재문(설경구)은 조직 내의 신참 치국(조한선)과 함께 대식에게 복수를 감행하러 벌교로 향한다. 복수를 계획한 벌교 읍내 체육대회가 열리기 아직 일주일 전. 주변을 탐색하던 재문은 대식의 엄마 점심(나문희)이 운영하는 국밥 집에 드나들게 된다. 점심은 재문이 자신의 아들 같아 낯익고, 재문은 점심에게 느껴지는 모정 때문에 복수를 망설인다.

Viewpoint

열혈남아’는 사실 덧붙일 말이 별로 없는 영화다. 인물들의 갈등 구조는 단순해서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의 순간도 많지 않고, 삐까번쩍한 장식들도 없고, 액션신도 많지 않아 화려한 화면 기교도 찾기 어렵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도 아니기에 영화 속 내재된 함의들을 찾아다닐 기회도 없다. 그렇다고 ‘열혈남아’를 매력 없는 그저 그런 영화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이 영화는 딱 한 가지로 러닝타임 2시간을 뜨겁게 밀고 나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는 바로 피 끓는 ‘감정’이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살인의 현장을 보여준다. 월드컵 응원으로 인해서 모두 다 붉게 물든 인파들 가운데서 어느 한 사람이 죽임을 당한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푸른 하늘이 비춰진다. 하늘에는 영화의 제목 ‘열혈남아’ 가 새겨진다. 이 장면을 만났을 때 스치는 선문답. ‘왜 살인을 보여준 바로 직후에 티없이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 것일까? 혹시 이것이 어떤 것의 회복을 말하는 것일지도….’ 그 어떤 것은 주인공 재문의 정(情)이다.
점심의 표현을 빌리자면 재문은 ‘눈두덩이에 성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싸가지가 영 없게 생겼다’. 행동 역시 악랄하기 그지없다. 지지 않으려고 태권도 룰도 어기면서 후배를 두들겨 패는 것도 모자라 그런 모습을 보고 우는 아이를 윽박지른다. 가끔 농담을 하면서 웃음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농담의 내용들도 웃고 넘길 만한 성격은 아니어서 나중에는 꼭 독기 서린 웃음으로 변하기 일쑤다. 하지만 그런 재문도 점심에게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마음에, 내면 깊숙한 감정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점심은 십 수 년 전에 돌아가신 재문 어머니의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준다. 실종된 아들이 그리워 마당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자신의 아들을 죽이려는 자에게 자식이 부모보다 세상 먼저 뜨지 않는 게 효도라고 말하는, 자신을 두고 서슴지 않게 둘째 아들이라고 말해주는 점심에게서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에게 정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정을 회복하는 재문 외에도 가족 없이 살아가는 점심의 외로움, 잔인한 세계에 완전히 발을 담그기 전 치국의 망설임 역시 영화 속에서 중요한 감정 축을 유지하는 동시에 인물들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여러 인물들의 감정은 자칫 전개를 산만하게 만들 수도 있었으나,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와 함께 ‘슬픔’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묶이면서 뜨거운 감정으로 밀고 나가는 영화에 힘을 싣는다.
이렇게 끈끈한 감정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은 역시 배우들의 호연이다. 오랜만에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는 설경구는 예전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박하사탕’ ‘오아시스’에서 보여줬던 신들린 연기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하지만 ‘열혈남아’에서 진정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는 이는 바로 나문희다. 그녀가 처음 나오는 장면에서 심드렁하게 곁눈질하며 손님을 맞는 모습은 어떤 대사 없이 그저 미동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영화 ‘주먹이 운다’ ‘너는 내 운명’을 비롯한 많은 드라마에서의 나문희의 연기에 감탄했던 이라면 ‘열혈남아’ 역시 큰 만족을 줄 것이다.

같은 제목, 다른 영화

모두들 알다시피 ‘(열혈남아旺角下問, 사진)’는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정범 감독의 ‘열혈남아’는 왕가위의 것에서 제목만 따왔을 뿐 내용은 전혀 다르다. 최근에 개봉한 배창호 감독의 ‘길’ 역시 이탈리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La Strada)’과 제목만 같을 뿐이다. 홍상수 감독의 근작 ‘해변의 여인’과 프랑스 감독 장 르누아르의 ‘해변의 여인(The Woman On the Beach)’의 경우도 마찬가지. 앞의 경우들이 제목만 같을 뿐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은 일본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復讐するは我にあり)’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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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명 학생리포터playamoon@naver.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143&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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