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남자의 사랑

‘데미지(Damage)’의 스테판

10월 30일은 루이 말 감독의 생일입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우연인데 이런 우연한 연관성이 주는 기쁨은 의외로 크게 다가옵니다. 몇 년 전, 케이블 TV에서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느낌처럼요. 지리멸렬하게 복제되는 사랑의 이미지들 속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오로지 우연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을 동경합니다. 조언없이 좋은 영화를 발견했을 때나 공부한 부분만 시험에 나올 때의 환희 같은 것 말이에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찌릿해져요. 그리고 이런 ‘찌릿’함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에도 찾아옵니다. 안나와 인사를 나누는 스테판, 그녀에게 전기충격을 제대로 받습니다.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았는데도 이미 모든 신경이 마비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이 우연은 너무 가혹하군요. 그녀는 아들의 약혼녀거든요. 그렇지만 스테판에게 이토록 크게 소용돌이치는 감정은 처음입니다. 평온했던 바다가 거대한 풍랑을 만나 흔들리듯 그녀를 원하는 마음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남자의 사랑’이란 이런 걸까요? 사랑에 빠진 이 남자, 눈도 멀고 귀도 멀었습니다. 앞의 일을 내다볼 수 있는 이성이란 것은 하늘 위로 둥둥 떠올려 보내고 오로지 한 사람만을 원할 뿐이에요. 스테판은 가슴이 시키는 데로 합니다. 계산은 없습니다. 마지막도 생각 안 해요. 그냥 사랑에 빠졌을 때, 사랑을 할 뿐이죠. 그런데 우리는 어땠나요? ‘날 우습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쉽게 보지는 않을까, 믿기는 할까, 어차피 헤어지면 그만인데….’ 수 백 번도 더 망설였습니다. 겁쟁이였죠.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강한 척 해야 했고 애원하느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돌아섭니다. 그렇게 하는 게 멋있는 건 줄 알았어요. 묻으면 묻힐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사랑을 얕잡아 봤죠. 충분히 지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마음은 크나큰 계산 착오였습니다. 내 심장은 그를 알아보았고, 내 눈은 그를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가 무엇이관데 이리도 시리게 만드는 걸까요?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스테판의 마음은 상처투성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부럽습니다.
눈물을 보일지언정 널 지울 수가 없노라고, 그립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니까요. 그래요. 계산하지마세요. 아무리 아파도 드러내세요. 사랑은 표현이니까요. 스테판은 비록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해서는 안 될 사랑에 빠졌지만 ‘남자의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를 욕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의 스테판을 보세요. 그는 그저 ‘지독한 사랑에 빠진 남자’였을 뿐입니다. 눈치 채셨나요? 안나는 그에게 첫사랑이었습니다. 온 세상과 등 졌대도 사랑을 품고 있는 그가 부럽습니다.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139&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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