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고유명사 ‘스파이크 리’를 추적하며
| 야무진 얼굴 표정, 작지만 단단하게 보이는 몸가짐, 스스로를 “마에스트로!”로 불러달라 요구할 수 있는 자신감. 스파이크 리 감독을 수식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말고도 많다. 그가 83년 ‘조의 이발소’로 화려하게 장편 데뷔에 성공한 이후 23년이 지났고, 22편의 영화가 만들어졌으며, TV 및 다큐멘터리 작업과 프로듀싱, 기획 등 기타 참여 작품만 200편에 달하니 당연한 얘기다. 이쯤 돼서 찾아온 스파리크 리의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는 개봉을 앞두고 그를 추적하는 작업을 한번쯤 해봐야겠다는 자의적 당위를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가장 오래된 작품부터 훑어나가기 시작하니, 영화를 통해 아프리칸 아메리칸 인권 운동가로, 인디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이면서 동시에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을 가진 몇 안 되는 케이스로 남게 된 그의 ‘구석구석’이 발견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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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넘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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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리는 흑인이다. 아니,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다.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역사 속에서 언제나 약자, 피해자의 입장에 서야 했던 자신의 피부색과 정체성에 대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았고, 누구보다 잘 말해왔다. 흑인이라는 단어 대신 ‘아프로 아메리칸’ 이라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도 그가 미친 영향 중 하나다. 아프리칸 아메리칸 주거지역에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계 가족과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을 통해 물 아래 잠겨있는 빙산의 몸뚱이와 그것이 녹아버렸을 때의 충격적인 상황을 탁월하게 제시한 ‘똑바로 살아라’는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아틀란타의 모어하우스 대학교에서 신문 방송학을 전공한 이후, 그 이름도 유명한 뉴욕대학교 영화과 대학원에 입학,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교육을 받고 졸업작품 ‘조의 이발소: 머리 자릅니다’로 미국 영화 아카데미 학생영화상을 거머쥔 것이 첫 시도였고, 덩치 큰 할리우드 시스템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찍은 미개봉작 ‘그녀는 그것을 가져야만 해’가 칸의 찬사를 받은 것이 두 번째, 아프리칸 아메리칸 내에서도 계급이 있음을 폭로해 역시 칭찬받은 ‘스쿨 데이즈’가 세 번째, ‘똑바로 살아라’가 네 번째 작품이니 탄탄대로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는 재즈 뮤지션인 아버지와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학강사인 어머니 아래에서 정서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환경이 그의 성공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지만, 그가 이뤄낸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스파이크 리가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 취하는 방법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인권 운동에 몸 바친 두 영웅, 비폭력을 주장했던 마틴 루터 킹과 ‘자기방어를 위한 폭력은 이미 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말콤X 중 말콤X 쪽에 가깝다. 그가 오랜시간 염원했던 영화 ‘말콤X’는 지나치게 백인 공격적이고, 또 논지도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패’판정을 받았지만 그는 분노하고, 소리 지르고, 고발하는 작업을 영화를 통해 반복했다. 한편, 생각많은 스파이크 리는 흑인들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 그들 사이에도 도덕적인 결함, 편견, 잘못된 판단 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관객의 머리까지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 속편한 편들기 게임을 즐기지 않는 그는 마치 자신이 정의의 여신이라도 되는 냥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관객에게 다가섰고, 관객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내면에서 일어난 판정을 받아들였다. 한 젊은 마약 판매상 청년의 생활을 통해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서글픈 삶의 연쇄를 보여준 ‘크로커스’는 그가 ‘독기와 치기’를 벗어던진 재기작이자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스파이크 리는 이 이후에도 역시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작품들, ‘걸 식스’ ‘버스를 타라’ 등을 만들었지만, 눈에 띄게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라는 범주를 넘어선 인종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영화에서 아프리칸 아메리칸에 이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탈리안들의 이야기인 99년 작 ‘썸머 오브 샘’,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철저하게 제외하고 아메리칸 마약상의 마지막 하루를 따라간 ‘25시’, 2차 세계대전의 가장 큰 비극인 유대인 대학살을 다룬 최근작 ‘인사이드 맨’은 인종과 역사 속에 존재하는 도덕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는 여전히 판정을 내렸으며 처벌을 감행했고 책임을 다했다. 그는 개인의 잘못 뿐 아니라 사회의 잘못을 꼬집을 줄 알았으며 그 결과 영화 속 인물들은 종종 ‘차를 타고 영원히 그곳을 떠나 버리는’ 갱생의 길을 가게 됐다. 그는 현재 미국정부를 비판하는데 한창이다. 2002년, 거장들의 옴니버스 영화인 ‘텐 미니츠 - 트럼펫’에서 고어와 조지 부시의 선거전을 다룬 다큐 ‘우리는 강탈당했다’를 선보인 것에서부터 얼마 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오리존티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태풍 카트리나가 지나간 후 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의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을 담은 4시간짜리 다큐멘터리 ‘뚝이 터졌을 때 - 4막 진혼가’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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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스파이크 리 감독은 대표작 ‘똑바로 살아라’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02 ‘정글 피버’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스파리크의 오랜 친구 존 터투로. 03 스파이크 리가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고 말들었던 ‘말콤X’에서 감독은 주인공의 친구 역을 맡아 덴젤워싱턴과 호흡을 맞췄다. 04 그의 터닝포인트 ‘크로커스’에서 주인공은 새 삶을 찾아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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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크 리’ 마을에 가면 무엇이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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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뉴욕의 여름 그는 56년 조지아주 아틀란타에 태어나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주한 이래, 현재까지 그곳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서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삶에 대해 말하는 그는 뉴요커답게 뉴욕의 이야기를 했고, 이에 따라 그의 영화들은 예외 없이 모두 뉴욕스토리가 됐다. 그는 “관객들이 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모두 뉴요커가 될 필요는 없다. 내 영화는 전 세계 관객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편애는 아무래도 좀 심한 듯. 그 중에서도 특히 뉴욕의 여름을 고집한다는 것이 인상적인데, 이 선택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떠올리게 한다. 뜨거운 여름날 벌어지는 사건들은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기능을 함과 동시에, 그의 열정적인 기질을 반영하기도 한다.
둘 His favorite things 그의 영화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에 대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의 취향,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모든 스포츠, 축구, 야구, 농구, 복싱을 즐기며,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스타들에 열광하고, 자신의 영화에 작은 에피소드 혹은 복선으로 종종 이 스포츠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농구팀인 뉴욕 닉스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은 사진에 찍힌 그의 모자와 티셔츠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셋 보고 또 보고 스파이크 리 감독의 편애는 지역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것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의 주인공은 늘상 아프리칸 아메리칸, 그중에서도 남성, 그중에서도 덴젤 워싱턴이 가장 다수의 캐스트를 기록한다. 더불어 스파이크 리가 그린 이탈리안을 거의 전담했다고 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성격파 배우 존 터투로가 있다. 웨슬리 스나입스, 할리 베리를 비롯한 아프리칸 아메리칸 배우들은 모두 그의 영화를 거쳤다고 할 수 있으며, 사뮤엘 잭슨이라는 대배우가 그의 영화 ‘정글 피버’를 통해 발견됐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넷 그 남자는 거기 있었다 “모든 감독은 스토리텔링을 즐긴다. 나도 마찬가지다”라는 그의 발언을 살짝 의심가게 하는 한 가지 사실은 그가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비중있는 조연을 연기했다는 것. 물론 이러한 시도는 99년 작 ‘썸머 오브 샘’에서 멈춰, 그의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연출에 매진하는 것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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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사진 프리비젼 제공 |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142&Sfield=&Sstr=&page=2&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