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Fuck The World

시드와 낸시 Sid And Nancy

정적이 흐른다. 카메라는 한 남자의 동공이 풀린 듯 초점 없는 눈망울을 비춘다. 곧이어 파르르 떨리지만 굳게 닫힌 입술을, 피 묻은 칼을 꼭 쥐고 있는 남자의 두 손을 클로즈업한다. 이 남자는 누구이고 왜, 여기에 있는가. 그의 이름은 시드 비셔스(Sid Vicious). 펑크가 가야할 길을 완벽하게 제시한 영국 펑크의 대명사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전설적인 베이시스트다. 엉망인 연주 실력과 온갖 기이한 행동으로 유명한 시드는 지금 막 연인이었던 낸시 스펑겐(Nancy Spungen)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초반부터 관객을 숨 막히게 만드는 이 오프닝 장면은 잔인하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낸시를 왜 죽였냐는 경찰의 질문에 “Because I am a dog. A dirty dog.”라고 대답했던 그 유명한 시드 비셔스가 게리 올드만에 의해 완벽하게 부활했던 것이다.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을 폄하하는 언론인의 머리를 베이스로 내리치고 ‘Fuck’을 연발하던 시드를 보고 있노라면 광기, 자유, 반항, 무질서, 혼란 같은 단어들이 연상된다. 영화를 지배하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시드와 낸시의 사랑 역시 그러한 단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범주에 속해있다. 마약으로 인해 더욱 격렬해지는 사랑과 절망으로 치닫는 그들의 위험한 관계는 실제 섹스 피스톨즈가 추구하는 음악의 가치였으며 펑크의 목적이었다. 그들은 죽기엔 너무 젊었고 살기엔 너무 타락했다. 그래서 그들은 음악을 한다.
섹스 피스톨즈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나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에 영감을 받아 결성된 밴드 더 포그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존 케일, 클래쉬의 조 스트러머 등 유명 뮤지션이 대거 참여한 사운드트랙은 영화가 만들어내는 정서와 일맥상통한다. 그중에서도 영화 속에서 게리올드만이 열창한 펑크의 고전 ‘아이 워너 비 유어 독(I Wanna Be Your Dog)’과 펑크로 재해석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늘어지는 필름처럼 고개를 떨며 공격적인 펑크를 열창하다 관객을 향해 총을 쏴대는 게리 올드만(사실상 시드)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드는 단순한 베이스 기타 이상이다. 그는 상징이며 은유이고, 허무적 세대를 구현하는 인기스타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섹스 피스톨즈의 처음이자 마지막 명곡 ‘대영제국을 위한 무정부상태(Anarchy In The U.K)’를 라이브로 듣는 재미도 쏠쏠하고,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흐르는 조 스트러머의 ‘러브 킬즈(Love Kills)’의 전율도 대단하다. 전통이나 과거에 반기를 들고 오직 정직한 사랑과 음악으로 세상을 엿 먹이던 시드와 낸시는 죽어서도 빛나는구나. 바로, 이렇게.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115&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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