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천사는 지방시를 입는다

스탠리 도넌 감독의 ‘화니 페이스(Funny Face, 1957)’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영화에 관한 평이 나오기 이전부터 영화 속 배우들이 걸치고 나오는 화려한 의상으로 먼저 화제가 된 영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연출자 데이빗 프랭클이 연출을 맡은 만큼 이 영화는 ‘섹스 앤 더 시티’ 못지 않은 패션과 도시의 상관 관계에 대한 패셔너블한 우화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사실 영화와 패션은 오래 전부터 공고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과거 할리우드 고전 스타들의 스타일을 책임진 유명 디자이너들은 시대의 아이콘을 통해 자신의 비전을 펼쳐보일 수 있었다. 고전 영화의 여신들을 통해 디자이너의 의상들은 한 벌의 옷이 감히 지닐 수 없는 아우라를 부여받았던 것이다.
그레이스 켈리, 소피아 로렌 등 패션과 긴밀한 연관을 지니고 있었던 고전 영화 스타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독특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지녔던 배우는 오드리 헵번이었다. 그녀와 패션 디자이너 지방시의 40여년에 걸친 관계는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1953년 지방시가 ‘사브리나’의 의상을 담당한 이후 두 사람은 ‘헵번 룩’으로 표방되는 심플하고 우아하면서도 여성스럽고 감각적인 의상들을 영화 속에서 선보였다. 스탠리 도넌 감독의 57년작 ‘화니 페이스’는 헵번과 지방시를 제외한다면 거의 남는 게 없을 정도로 두 콤비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작품이다. 영화 자체가 패션 모델과 패션계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다, 색감과 동작, 음악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뮤지컬 장르라는 점에서 ‘화니 페이스’는 거의 패션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국내 한 유명 디자이너가 이 영화를 보고 감화를 받아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고백할 만큼 이 영화는 패션에 대한, 특히 ‘헵번 룩’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미국의 한 평범한 서점 여점원이 우연한 기회에 유명 잡지의 패션 모델로 발탁되어 파리로 날아가 화보 촬영을 하며 사진 작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지닌 ‘화니 페이스’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패션 화보 촬영의 퍼레이드 만으로도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뮤지컬 장르에 가장 어울리는 화려한 인공적 색채를 자랑하는 테크니컬러의 감각이 마음껏 발휘된 ‘화니 페이스’는 핑크, 블루, 옐로우, 레드 등 강렬한 색채로 좌중을 압도한다. 늘씬한 모델들 사이에서 작은 체구의 오드리 헵번은 촌스러운 서점 점원으로 등장할 때조차 빛을 발하며, 패션 화보 촬영 장면에서는 남다른 모델 감각을 뽐내기도 한다. 조지 거쉰의 달콤한 사운드트랙과 지방시의 의상, 오드리 헵번의 우아하면서도 따뜻한 매력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이뤄낸 ‘화니 페이스’는 뮤지컬 장르의 불세출의 명배우 프레드 아스테어가 상대역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헵번과 지방시의 아우라로 이루어진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113&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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