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의 영예는 지아 장 커 감독에게 돌아갔다. 전 세계 모든 영화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그는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중요한 6세대 감독 중 한명이다. 그는 데뷔작인 ‘소무’를 시작으로 ‘플랫폼’ ‘임소요’ ‘세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공허한 삶을 카메라 안에 담아낸다. 개봉을 앞둔 영화 ‘세계’는 ‘스틸 라이프’에 앞서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였으며 국내에는 2004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던 작품이다. 화려한 도시 베이징에는 지구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세계 공원’이 있다. 프랑스의 에펠 탑, 영국의 빅벤, 뉴욕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 세계 각지의 온갖 유명 복제 건물이 위치한 북경의 관광명소다. 그곳에서 경비원 타이셍(첸 타이셍)과 댄서 타오(자오 타오)를 배경으로 고달픈 일상과 사랑을 지속하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비극과 희극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혹자는 타오를 보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고 세계를 여행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는 물론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살아가기 위해서 악착같이 버텨야만 하는 치열한 삶의 소유자일 뿐이다. 파리의 밤, 울란바토르의 밤, 벨빌의 밤을 거쳐 변화무쌍한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던 지아 장 커 감독은 가장 화려하지만 외로운 그곳 ‘세계’에서 그들 감정의 조용한 표출을 유도한다. 애니메이션 기법의 사용 등 시종일관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화면과는 달리, 영화는 마치 음산한 세월 속에서 곰팡이 슬어버린 벽의 한 모퉁이처럼 처연하게 빛난다. 평범한 일상을 가감 없이 담아낸 영화일수록 각박한 현실에 대한 체념은 더욱 쉬워지는 법. 어쭙잖은 판타지도 한 가닥 희망도 그들에겐 모두 사치일 뿐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라는 타오의 마지막 말은 조용한 흐느낌이 아니라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뱉어내는 울음이기에, 영화가 자아내는 눈물과 무뎌진 가슴에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