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바캉스라는 단어가 주는 휴식과 자유에 대한 기대는 막상 휴가가 시작되고 나면 구태의연한 틀에 박히기 마련이다. 자유로운 기분은 단지 일시적일 뿐, 막상 휴가를 와서도 사람들은 일상의 묵은 때를 쉽게 벗어던지지 못한다. 휴가는 쳇바퀴 돌 듯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거대한 공백이자 휴지부이다. 그러나 그 공백을 편안하게 비워내기 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로 채워넣고 싶어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휴가는 종종 번잡한 삶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휴가의 방식에 일침을 놓는 영화가 있다. 전형적인 프랑스 중산층의 휴가 풍경에 시치미 뚝떼고 끼어들어 조그만 균열을 일으키는 윌로 씨가 등장하는 영화 ‘윌로 씨의 휴가’가 그것이다. 자크 타티감독의 ‘윌로 씨의 휴가’는 휴가를 소재로 한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 한 편이라 할만하다. 영화 초반에서 정체가 불분명하고 과묵한 윌로 씨는 노르망디의 해변 휴양지에 금방이라도 서 버릴 것 같은 고물차를 몰고 등장한다. 노르망디 해변은 이미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그러나 피서객들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대신 각자 자신의 일에만 몰두해 있다. 즐겁게 휴가를 보내는 이들은 단지 어린아이들뿐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등장한 윌로 씨는지나치게 큰 음악 소리나, 무심코 열어둔 문 등의 사소한 실수를 일으키며 그 질서를 조금씩 흐트리기 시작한다. 자크 타티는 윌로 씨가 흐트려놓은 균열의 흔적들을 보여주며 일상과 코미디가 뒤섞여버리는 지점을 포착한다. 윌로 씨는 엄숙한 일상의 연장처럼 보이는 어른들의 피서 방식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피서를 즐긴다. 영화의 중반부, 어느 아이의 생일파티 겸 가장무도회가 열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은 가장무도회 콘셉트를 귀찮아하고 무도회장은 두 세 명의 어린아이만 썰렁하게 앉아있을 뿐이다. 그 때 해적 복장을 한 윌로 씨가 무도회장으로 성큼성큼 들어선다. 그는 썰렁한 무도회장에 실망하여 막 자리를 떠나려던 금발 미인에게 춤을 청하고, 그들은 커다란 음악 소리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춘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항의하려던 어른들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소리 없이 휴가지를 누비고 다니며 소동을 일으키는 윌로 씨의 존재는 천편일률적인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의 습관적 행태를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한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윌로 씨의 모습은 진정한 휴가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 준다. 자크 타티 감독은 이 영화를 필두로 이후 영화들에서 윌로 씨의 존재를 통해 현대인의 기계적인 삶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윌로 씨의 휴가’는 윌로 씨가 지니고 있는 매력이 곧 휴가철의 유유자적함임을 말해주는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