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Be with me without any word
| ‘카페 뤼미에르(Cafe Lumiere)’의 요코와 하지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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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도중 잠깐의 공백이 찾아왔을 때, 미묘하게 어색해지는 경험 해보셨지요? 그럴 때마다 우리들은 머리를 쓰다듬거나 먼 곳을 응시하면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고자 애를 씁니다. 편안한 관계, 어색하지 않은 만남. 참 힘들죠. 장 자끄 상뻬는 그의 유명 저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결코 지루해하지 않았으니까.’ 서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지루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마치 석가가 연꽃을 손에 들자 가섭이 석가를 보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는 ‘염화미소’ 이야기처럼,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큼’ 가까운 관계였기 때문일까요?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카페 뤼미에르’는 영화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언급되는 작품입니다. 세계적인 거장의 신작인 동시에 위대한 감독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헌사였기 때문이지요. 아사노 타다노부가 정말 매력적으로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요코는 대만인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결혼할 생각이 없어 미혼모가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요코의 친구 하지메는 그녀의 임신 사실을 듣고 감정의 동요를 느끼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그녀 주변을 맴돌아요. 하지만 하지메는 용기가 없어 사랑을 말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느낌과 정서로 그녀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거든요. 그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불안과 아픔 속에 곤히 잠들어있던 요코를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감기가 든 것 아니냐, 그럴 땐 푹 자야한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합니다. 그녀가 대만 출신의 일본 음악가 장원예의 흔적을 따라 동경을 찾아다닐 때에도 늘 옆자리에서 말없이 동행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지메가 요코를 바라보는 시선이 농축되어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맨 마지막 시퀀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느 나른한 오후, 전철 주변의 소음을 녹음하기 위해 지하철에 들어선 하지메는 사람들 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요코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반가운 마음이 앞섰겠지만 하지메는 그녀를 깨워 말 걸지 않아요. 그녀가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저 살며시, 조용히 미소 지을 뿐이지요. 지금쯤 요코와 하지메는 어디에 있을까요. 어느 카페에서 따뜻한 우유와 커피를 한 잔씩 시켜놓고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아니면 동경의 길거리를 나란히 걷고 있을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단 하나. 여전히 둘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않겠지만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분명 지루하진 않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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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109&Sfield=&Sstr=&page=1&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