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지금, 방황하라

추방된 사람들 Exils
소속감은 자연스러움과 자신감의 근원이지만 이질감은 끝없는 방황과 혼란을 야기한다. 누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당연한 것이 누구에게는 죽을 때까지 찾아 헤매는 문제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찾고 있는 문제를 우리는 ‘정체성’이라 한다. 정체성의 확립은 시간이 해결해 줄 때도 있지만 직접 행동을 취해야 할 때도 있다. ‘추방된 사람들’의 자노와 나이마는 삶의 열정을 가진 용기있는 후자였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알제리에 가기로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그에게 말했다. 식민주의에 항의해 프랑스로 피난을 온 그들의 뿌리가 있는 곳, 알제리에 가야만 한다고. 몸은 프랑스에 있지만 영혼은 그곳에 있기에.
‘음악은 나의 종교’라고 말하는 자노는 언제나 음악을 듣는다. 자노의 아파트에서 들려오던 무거운 울림과 빠른 비트의 야성적인 테크노 음악 ‘마니페스트(Manifeste)’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원하는 길이기에 신나고 희망적이기도 하다. 알제리에 가까워 질 때 마다 갖가지 타악기소리가 어우러진 ‘알제리아(Algeria)’가 밝게 울리고, 나이마가 기찻길 옆 허허벌판에서 아무렇게나 춤을 출 때는 ‘운, 도, 뜨레 나다 마스(Un, Dos, Tres Nada Mas)’가 경쾌하게 흐른다. 세빌리아의 한 술집에서 연주되는 ‘누아 에 블랑(Noir Et Blanc)’은 젊은이들의 플라멩고와 완벽히 하나가 되니 그야말로 원초적인 정열이다. 식민주의에 항의해 프랑스로 피난을 온 자노는 자신이 태어난 집을 찾아가 옛 추억을 되찾고 나이마는 상처받은 자의 영혼을 치유해 준다는 알제리의 수피의식을 치룬 후 위안을 얻는다. 10여분의 롱 테이크로 촬영된 수피의식은 나이마의 격렬한 몸동작과 신 내림 주문과도 같은 음악 ‘트렌스(Transe)’로 보는 이를 무아지경에 빠뜨린다. 카타르시스다.
뿌리에 대한 혼란 때문이 아니어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나에겐 나이를 묻는 질문이 항상 곤욕이다. 세 개의 숫자를 놓고 3초쯤 머뭇거리다 분위기, 눈치, 친밀도 등을 따진 후 갈등이 다 끝나지 않은 채로 정직하게 숨쉰 나이, 12간지에서의 나이 그리고 학년의 나이 중 한 가지를 고른다. 난 일년을 세 개의 나이로 사는 셈이다. 내안의 이 문제는 언제 해결 될지 모르지만 기한을 정하라 한다면 서른 살로 하고 싶다. 아직은, 우리에게 닥친 이 모든 문제들이 초래하는 ‘멍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감추려고 애쓸 필요 없다. 우리는 20대니까. 자노와 나이마에게 그러했듯, 방황의 여정을 마친 후엔 평안의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앞자리 수가 바뀌기 전에 더 깊이, 더 많이, 더 깊게 방황하자. 바로 지금!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110&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