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나 없는 내 인생

My Life Without Me
감독 이자벨 코이셋
출연 사라 폴리, 마크 러팔로
장르 드라마
시간 106분
개봉 10월 12일

Synopsis
앤(사라 폴리)은 첫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사랑의 이름으로 아이를 낳았다. 남편이 무능력해도, 배우고 싶은 욕망을 꾹꾹 눌러 담으며 야간 대학 청소부를 해야 하는 처지여도, 엄마 집 마당 트레일러에 얹혀살며 번번한 가족 여행 한 번 못가는 게 현실이어도, 투정 한 번 부린 적 없다. 그녀 나이 겨우 스물 셋. 그러나 무심한 하늘은 그녀에게 자궁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내린다.

Viewpoint

한 여자가 있다. 맨발로 잔디를 딛고서서 눈을 감은 채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고 있다. 셔츠는 물론 피부에까지 물방울이 젖어든다. 그리곤 조용히 읊조린다. ‘이게 바로 너야. 이런 행동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겠지. 넌 한 번도 자신을 이런 사람이라 생각한 적 없겠지. 하지만 이게 바로 너야.’ 영화는 빗속에 덩그러니 던져진 한 여인을 클로즈업하며 시작된다. 하염없이 달을 쳐다본다거나, 몇 시간씩 파도나 석양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과 자신은 확실히 다른 부류라고 단정 짓던 앤이 ‘자궁암 말기’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바로 그 순간, 그녀가 품었던 느낌, 행동, 표정이 스크린을 통해 온전히 전해진다.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제작을 맡고, 신예 여류감독 이자벨 코이셋이 연출한 영화 ‘나 없는 내 인생’은 분명 시한부 인생에 관한 이야기지만 정통 신파를 지향하는 최루성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삶의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죽음은 슬픔의 정서라기보다 ‘언젠가’ 라고만 생각해왔던 일이 ‘바로, 지금, 여기’에 있을 때 느끼는 아찔한 충격에 가깝다. 오히려 ‘죽음’은 ‘내 인생에 내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로 작용하고,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그녀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스물 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앤에게 가족 이외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가족’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 당위는 충분하다. 마약사범으로 교도소 복역 중인 아버지는 평생 딸에게 그 잘난 엽서 하나 보낼 줄 몰랐으므로, 그녀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절대적인 상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녀가 포기해야 했던 가치들도 수없이 많다. 대학교 야간 청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늘 그녀가 차에서 듣는 중국어 테이프는 단순히 공부에 대한 욕구만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갈증 나는 삶, 더 넓고 높은 곳에 다다르고 싶은 그녀의 마음 전체를 포괄한다. 그러므로 어린 나이에 살림을 차린 그녀를 탐탁치 않아하는 어머니와의 틀어진 관계, 사랑만으로는 지속 불가능한 결혼의 현실적인 문제 등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그녀에게 매우 시급한 과제였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죽음을 맞이하는 앤의 태도에 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이겠지만, 그녀는 놀라우리만큼 담담하다. 삶에 미련을 남기며 죽음을 준비한다기보다는 반대로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역설함으로써 영화는 더욱 큰 울림을 자아낸다. 카메라는 아파서 나뒹굴고 창백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담아내지 않는다. 더욱 로맨틱하게, 자신의 삶을 수긍하고 오히려 더 사랑하면서, 마지막까지 웃는 앤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장치 때문에 시한부 인생과 죽음을 미화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면, 그러한 비난도 한낱 글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인 더 컷’ ‘이터널 선샤인’ 등에서 간간히 얼굴을 비췄던 마크 러팔로와 20번도 넘는 오디션 끝에 발굴해낸 배우 사라폴리의 진심어린 연기는 매우 탁월하다. 또한 우리에게 ‘그녀에게’로 익숙한 레오노어 와틀링의 출연 역시 더 없이 반갑다.

알모도바르 영화의 음악적 심미안

영화, 시한부 삶을 논하다 시한부 삶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 예는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타임 투 리브(사진)’는 패션 사진작가이자 동성애자였던 한 남자의 마지막 날들을 기록한 영화다. 천국을 향해 질주하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마틴과 루디는 말할 것도 없고,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에서도 기막힌 진실이 밝혀지기 이전까지 동치성은 시한부 삶을 살아야만 했다. 풍경이 인상적인 ‘뉴욕의 가을’에서도 사랑하는 여인의 불치병은 주인공 윌이 삶의 가치와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 외에 ‘하늘정원’ ‘스위트 노벰버’ ‘선물’ 등의 영화에서도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죽음’이 영화 내에서 중요한 의미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는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분명 죽음은 삶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다. 홈피 www.withoutme.co.kr

A+ 생생하게 살아간다는 것, 혹은 삶을 사랑하는 방법 (희연)
A 21세기형 웰 메이드 시한부 영화 (재은)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94&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