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산과 눈으로 둘러싸인 아이슬란드 피오르드 마을에 선천성 색소결핍증으로 하얗게 질린 듯한 얼굴을 한 17세 소년 노이(토마스 레마퀴스)가 살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어딜 갔는지 없고, 아버지는 술을 먹고 택시운전을 하며 얼핏 보아 실패한 삶을 살고 있다. 지능적으로 천재 판정을 받은 그이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공부가 아닌 따뜻한 지상 위의 낙원 하와이다. 할머니가 노이에게 생일선물로 안긴 장난감 카메라는 달각하는 버튼소리와 함께 햇빛 가득 내리쬐는 하와이의 해변과 무서운 듯 서있지만 어딘가 정 많아 보이는 원주민의 사진을 보여준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아직까지도 많은 이의 최고의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비극 속의 희극’이라는 이중적인 장치 때문이다. 사람들은 잔인함 속에서 번지는 사랑의 풍경에서 현실의 자신을 발견하고는 대책없이 위로당하고, 오랜만에 감지되는 심장의 욱신거림과 눈두덩이의 열기를 느낀다. 이 영화 ‘노이 알비노이’ 또한 그 가운데 있다. 노이라는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춥고 건조한 물리적 배경, 그가 꿈꾸는 습하고 따뜻한 물리적 배경은 그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키 크고 마른 노이를 중심으로 텅 빈 공백을 만드는 카메라는 외로움이라는 핵심감정으로 인해 연한 속살을 드러낸 그의 마음을 관객의 시각넘어 가슴 깊숙이 밀어 넣는다.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잔잔히 밀려와 온 몸에 내려앉은 외로움 위에 섬세한 팬으로 따뜻함을 그려 넣는다. 무심한 듯한 할머니의 행동 하나하나는 손자를 향해 있고, 자신의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든 아버지지만 아들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다. 노이를 ‘괜찮은 녀석’이라고 부르는 책방 아저씨와 노이와 풋사랑에 빠져버린 그의 딸 아이리스도 있다. 덴마크 국립학교 졸업작품 ‘잃어버린 주말’로 전 세계 영화제 11개상을 거머쥔 다구르 카리 감독의 오랜 염원으로 태어난 ‘노이 알비노이’는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삶’을 마지막 반전을 통해 증폭시미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후반부의 빠른 전개가 아쉽긴 하지만, 영화는 삶과 사랑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가치있는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