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왕가위’다. 그를 전설이라 부르는데 반대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 그의 뒤를 잇는 차세대 홍콩 감독이 등장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너는 쏘고, 나는 찍고’라는 걸출한 데뷔작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내놓는 영화마다 각종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물론, ‘제2의 왕가위’라는 영광스러운 칭호까지 얻은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팡호청 감독이다. 특히 올해 부천국제 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이었던 ‘이사벨라’는 그의 필모그래피 피라미드의 꼭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팡호청 감독의 스타일은 왕가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왕가위 영화에 줄곧 등장하는 ‘부유하는’ 인물 이미지는 ‘이사벨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사벨라’는 경찰 싱(두문택)과 소녀 얀(이사벨라 롱)의 수상한 동거 이야기다.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의 혼란스런 마카오를 ‘부유하듯’ 떠도는 두 인물은 모두 담담하지만, 아프다. 싱은 중년인 지금까지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얀은 엄마를 잃고 먹먹해진 가슴만 끌어안고 산다. 그런 두 사람의 연대가 끈끈해지는 과정은 차마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싱이 술에 취해 노래를 흥얼거리던 얀에게 병 깨는 방법을 가르치는 장면과(둘은 야밤의 길거리에서 십여 개의 병을 쨍그랑 쨍그랑 깨는데 그 때의 카타르시스는 실로 엄청날 정도다), 공원에서 수박을 한쪽씩 베어 먹으며 서로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는 장면은 영화의 베스트 신으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여기서 왕가위와 팡호청 감독의 공통점을 또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몽환적인’ 화면 안에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이다. 색감도 색감이지만 몽환적인 화면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름 아닌 음악이다. ‘이사벨라’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영화음악상을 거머쥘 정도로 탄탄한 BGM을 자랑한다. 특히 후반부에 화면을 장악하듯 울려 퍼지는 포르투갈의 대표 음악 ‘파두’는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키며 강한 잔상을 남긴다. 감정을 강요하거나 억지 논리로 설명하지 않는 영화는 더욱 깊고 넓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결과물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