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그리움도 힘이 된다

‘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의 쟈오 디

흔히 우리는 ‘첫사랑’을 이루어지지 않아 아름다운 아련함으로 정의하곤 합니다. 아마도 ‘첫사랑’을 ‘짝사랑’의 원류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랑이 성립되기 위한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감정의 상호작용’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귀찮은 숙제같이 풀리지 않던 연애보다 내 맘대로 사랑하다 놓아버릴 수 있는 ‘짝사랑’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은희경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랑은 자의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작은 친절일 뿐인데도 자기의 환심을 사려는 조바심으로 보이고, 스쳐가는 눈빛일 뿐인데도 자기의 가슴에 운명적 각인을 남기려는 의사표시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맹목성’ 때문이지요. 정말 탁월한 표현 같습니다. 물론 기대감이 무한대로 팽창할수록 현실과의 괴리는 커지고, 그 허무한 빈자리는 ‘그리움’이라는 치명적인 아픔으로 가득 채워지지만요.
‘집으로 가는 길’의 주인공 소녀 쟈오 디는 마을학교 선생님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남몰래 조금씩 키워갑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이 어떻게 공기를 뚫고 울림을 만드는지 알지 못했던 그녀는 수많은 시간을 머뭇거리다 되돌아서야 했어요. 그런 그녀가 선택한 사랑의 방법은 오직 하나. 선생님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 뿐. 그녀는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선생님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고 먼 발치에서 선생님이 드시기만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기도 하고, 겨울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선생님의 약속을 곱씹으며 매서운 추위와 맞서 싸우다가 급기야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합니다. 수업이 없는 날 학교로 찾아가 칠판을 지우면서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모양내서 오린 빨간 색지로 교실 창문을 장식하며 수줍은 미소를 짓기도 하죠. 먼 길 가는 사람에게 손수 만든 따뜻한 만두 하나 먹이고 싶어 허겁지겁 달려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흙먼지에 뒤덮인 음식과 깨진 그릇을 주워 담으며 아무 말 못하고 엉엉 울던 그녀는 참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요. 주는 만큼 받을 수 없다고 해도 그녀가 참 행복해 보인다는 것을. 담장 너머에 있는 흐릿한 사람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녀야말로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슬픔도 힘이 된다는 어느 책의 한 구절처럼, 그리움도 힘이 되나 봅니다. 그러니 당신의 그리움과 기다림을 애써 떠밀어내지 말아요. 오늘만큼은 마음 놓고 그리워하고 기다려도 좋아요. 누군가를 기다리는 당신이 사랑받는 사람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니까요.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89&Sfield=&Sstr=&page=2&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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