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조금만 더 머물러요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텅 빈 영화관에 자기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어도, 아무리 극장 직원들이 나가라고 비수 같은 눈치를 줘도 아랑곳하지 않고 악착같이 버티다보면 종종 귀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짧게나마 영화를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은 물론, 극장용 고급 스피커로 듣는 사운드 트랙에다가 가끔 볼 수 있는 보너스 영상까지 만날 수 있거든요. 까짓 얼굴 좀 팔린다고 해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치는 건 7000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겁니다. 암요, 그렇고말고요.
올해 이른 봄에 ‘브로크백 마운틴’을 만나고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영화음악은 여전히 제 심금을 울리네요. 수십 년의 시간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잭과 에니스의 마음속에 자리한 브로크백 마운틴처럼요. ‘21그램’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등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Gustavo Santaolalla)의 스코어는 카우보이인 두 주인공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컨트리풍의 음악들이 주를 이룹니다. 컨트리 음악을 옛날 백인들이 즐겨 듣는 구닥다리 음악 정도로 취급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만큼, 아름다운 곡들은 영화 속 잭과 에니스의 미묘한 사랑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영화의 주제가격인 ‘어 러브 댓 윌 네버 그로우 올드(A Love That Will Never Grow Old)’를 부르는 에밀루 해리스(Emmylou Harris)의 가녀리게 떨리는 목소리는 ‘결코 늙지 않을 사랑’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의(혹은 철판 깔고 자리에서 버티기의) 진가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그 순간 만날 수 있습니다. 윌리 넬슨(Willie Nelson)이 부르는 ‘히 워즈 어 프렌드 오브 마인(He Was A Friend of Mine)’이 흐르기 시작하는 바로 그 때 말입니다. 밥 딜런(Bob Dylan)의 원곡을 윌리 넬슨이 노래한 이 곡은 “그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난 눈물이 흐르네. 그는 내 친구였기 때문에”라고 말합니다. 끝내 사랑이라 부르지 못하고 친구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에니스의 마음이 느껴지니 기타 음 하나하나에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곡,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의 ‘더 메이커 메이크스(The Maker Makes)’가 낮은 피아노 소리로 터벅터벅 다가와 이렇게 노래합니다. “주여, 저는 압니다. 당신만이 제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걸. 하지만 그것이 제게는 또한 굴레라는 걸.” 이 노랫말을 듣는 순간, 텅빈 극장에서 눈물도 모자라 콧물까지 줄줄 흘리면서 엔딩 크레디트를 응시하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지도 모르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주책이라고요? 하지만 뭐 별 수 있나요. 영화와 음악이 이다지도 아름다운데.
문동명 학생리포터 playamoon@naver.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90&Sfield=&Sstr=&page=2&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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